서울 강남구 빗썸 상담센터.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을 거래소에 상장해주는 대가로 명품 시계 등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상준(55) 전 빗썸홀딩스 대표와 그 사이에서 현금 수십억원을 가로챈 프로골퍼 출신 안성현(43)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정도성)는 26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5200만5천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까지 받는 안씨에게는 징역 4년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선량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특정 가상자산을 빗썸 거래소에 상장해 달라는 청탁 취지로 사업가 강종현(42)씨로부터 현금 30억원과 4억원 상당 명품 시계, 명품 가방, 고급 레스토랑 멤버십 카드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와 친분이 있던 안씨는 강씨로부터 현금과 금품을 받아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한 혐의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명품 시계와 고급 레스토랑 멤버십 카드 등 금품을 받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현금 30억원을 (강씨로부터)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30억원 중 일부라도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인정할 유의미한 증거가 없다”며 “(이 전 대표와 안씨가 나눠 가진) 명품 시계 2개와 별도로 받은 명품 가방 2개, 레스토랑 멤버십 등은 유죄”라고 설명했다. 안씨는 ‘이 전 대표가 청탁금 20억원을 추가로 요구한다’며 강씨를 속여 20억원을 따로 챙긴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주식 취득을 위해 20억원을 편취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상장 청탁을 목적으로 현금과 금품 등을 제공한 강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와 안씨, 강씨 등은 모두 법정 구속됐다. 함께 재판을 받은 가상자산 발행업체 관계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