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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K푸드 주식 삼총사 투자 입맛 돋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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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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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삼양식품)으로 한 끼 식사에 꼬북칩(오리온)으로 간식하고 나면 메로나(빙그레)로 입가심한다. 부지불식간 K푸드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식품 주식 '삼총사'는 그동안 치열하게 내수 시장에서 싸우며 경쟁력을 키우더니 이젠 수출 중심의 '성장주'로 우뚝 섰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그 대표 증거다. 최근 식품주 삼총사에 대한 실적 추정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핵심 제품이 미국·중국·인도를 넘어 유럽 등 글로벌 식품 소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계속된 한류 열풍과 최근 도드라진 달러화 강세로 원화 환산 매출이 급증하는 '승수효과'가 더해지고 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등 전통 성장주 대신 식품주를 성장주 포트폴리오에 넣으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삼양식품의 경우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증시에서도 제대로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 주가 70만원대 삼양식품에 대해 목표주가 100만원까지 등장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로 미국에서 'K빙과 열풍'을 이끌고 있고, 오리온의 꼬북칩은 유럽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가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선 제품의 인기로 회사 실적이 좋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주가가 지속해서 오르려면 이들 상장사의 리스크와 주주환원 정책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식품주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삼양식품이다. 이 회사는 마진도 높고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현재 주가가 가장 비싼 것이 흠이다. 오리온은 식품을 넘어 바이오 사업으로 확장한 것이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빙그레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리스크가 두드러진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들 삼총사는 공통적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이 미약해 배당 투자자 입장에선 내년 이후 배당 정책의 변화를 지켜보고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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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진·고환율 … 황제주 노리는 삼양식품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으로 대표되는 수출주의 매출과 마진이 떨어지는 와중에 식품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중 삼양식품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6822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이다. 이는 2023년 대비 41%나 급증한 수치다. 2025년 예상 매출은 2조원으로 2년 새 매출이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 입맛을 사로잡은 불닭볶음면이라는 글로벌 히트상품이 건재하기 때문. 최근 실적에서도 드러나는데 올 10~11월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 금액은 1억548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수요가 확인됐으니 최근 2년 가까이 미뤄둔 가격 인상 카드를 언제든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치솟은 환율은 도리어 삼양식품의 호재가 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매출 중 77%가 수출로 잡힌다. 국내 식품주 중 수출 비중이 '원톱'이어서 달러 등 외화로 돈을 벌고 상대적으로 약세인 원화로 환산 시 실적이 높아진다. 삼양식품은 원화값이 10% 하락하면 세금을 내고 난 이후의 이익이 60억원가량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률은 20.2%로 추정된다. 삼양식품의 사업 구조상 한계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해 밀양공장에서 만들어 전 세계로 내다 판다는 것. 이에 따라 급증하는 수출액에 비해 마진 상승세가 더디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최근 삼양식품은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중국은 삼양식품의 수출 중 2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중국에서 '훠지몐(火鷄麵)'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브랜드화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매출과 마진의 동시 상승세는 주가를 띄우게 마련이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이 식품 대장주에 대해 목표주가 100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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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마진왕 오리온 '승승장구'

2022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9.9%로 한 자릿수였지만 오리온은 이때도 16%가 넘는 '원조 마진왕'이었다. 그래서 원료값 상승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릴 때 가장 많은 비난이 집중된 곳이 바로 오리온이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리온은 초콜릿이 들어간 13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다고 최근 밝혔다. 증권가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겐 물가 부담 증가이지만 투자자들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호재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히트작이 계속 나온다는 점이다. 오리온 제품 중 작년 세계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 팔린 상품으로는 중국에서 '하오리유'로 유명한 초코파이를 중심으로 오!감자·스윙칩·포카칩·초코송이 등이 있다. 꾸준한 현지화 홍보전략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한몫 했다는 평가다.

특히 증권가에선 최근 코스트코가 이들 스낵의 입점을 오리온 측에 먼저 제안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인 오리온은 내년 1월부터 영국·스웨덴·아이슬란드 등에 있는 코스트코 점포 31곳에 초기 물량을 풀어 판매에 나선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올해 예상 매출 3조원 달성에 이어 내년에 3조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이 올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은 이 상장사를 '고위험 고수익' 주식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오리온그룹은 2017년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회사를 쪼개 오리온을 식품 전문회사로 키우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난 3월 오리온이 5485억원을 투입해 제약기업 '리가켐바이오'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오리온 주가는 곧바로 폭락했다. 최근 식품 사업 호조로 주가가 회복됐지만 언제든 바이오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녹지 않는 메로나의 빙그레

순우리말을 기업명으로 사용하는 빙그레는 회사 이름처럼 내수 위주였으나 아이스크림 '메로나'라는 히트작으로 인해 최근 해외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하며 주식시장에서도 수출주로 분류돼 삼양식품 주가 강세와 동행하는 모양새다.

빙그레는 최근 '건강한 빙과류'라는 콘셉트를 밀고 나가는데 이것이 해외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식물성 메로나'와 무설탕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빙그레의 수출 비중은 9.6%였지만 2023년 10.5%, 2024년에는 12%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의 투자 매력은 저평가와 높은 배당률이다. 향후 1년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6배로 삼양식품(18배)과 오리온(9.6배) 대비 낮은 편이다.

지난 11월 25일 이후 주가 상승률이 20%가 넘었지만 12월 24일 기준 배당수익률은 3.17%로 웬만한 국내 시중은행 예금금리 수준을 보인다. 증권가 관계자는 "성장주가 3% 수준의 배당률이라면 우량한 지표"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투자 매력에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과연 투자자들을 위한 정책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빙그레는 내년 5월 1일자로 지주사(빙그레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빙그레)로 나뉜다. 인적분할에 따라 빙그레홀딩스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빙그레 최대주주는 김호연 회장이며 지난 4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빙그레 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개편은 통상 오너 지배력 확대로 인해 일반 투자자에게는 악재로 인식된다. 다만 빙그레의 지배구조 개편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설회사 빙그레의 해외 비중 확대와 함께 지주사가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빙그레의 기업가치는 상승하게 된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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