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앞둔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
송희구 작가 인터뷰
1983년생 200억대 자산가, 유튜버, 부동산 투자자,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수식은 다양하지만 '작가'로 불리고 싶다는 송희구 씨를 10일 서울 강남구 바로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 업무를 맡던 평범한 송 과장은 농사꾼이던 아버지의 친구가 60억 토지 보상으로 부자가 된 것을 보고 부동산 투자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로 출근을 하고, 식비를 줄여가며 종잣돈을 마련했다. 발품을 팔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지식을 얻었고 이를 투자에 활용했다. 여기에서 멈췄다면 '투자 잘하는 송 과장'에 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송 작가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됐다. 주변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인물 '김 부장'이 등장하는 얘기를 블로그에 썼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 자기계발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출간됐다.
송희구 작가. 바로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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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김 부장 편' '정 대리-권 사원 편' '송 과장 편' 등 총 세권으로 이뤄져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두시간 안에 뚝딱 해치우게 되는 흡입력을 지녔다. 사회초년생부터 차장·부장급 직장인까지 공감할만한 섬세한 감정 표현에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정보까지 배울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게 됐고, 팬층도 생겼다.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시대상을 반영하려고 했다"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날것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3편 '송 과장 편'에는 송 작가 개인의 모습을 95% 이상 녹였다. 송 작가는 "허우적거리는 가까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담았다"고 했다. 송 과장에게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등의 명언을 남기는 부동산 사장님은 송 작가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네이버 웹툰에 이어 내년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배우 섭외도 진행 중이다. 최근 배우 류승룡이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출간한 자기계발서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는 드라마 제작 계획 단계에 있고, 올해 나온 첫 장편소설 '나의 똑똑한 강아지'는 최근 동남아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송 작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송 과장'이 그랬던 것처럼 새벽 5시면 바로엔터테인먼트로 출근해 시나리오를 쓴다.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내년 여름이면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송 작가는 귀띔했다. 명상과 운동도 틈틈이 한다. 주말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부동산 관련 강연을 한다. 참석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문화센터 강단에만 오른다. 송 작가는 "주말에만 해서 큰 부담도 되지 않는다. 강연을 준비하면서 공부하게 돼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13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부동산 유튜버이기도 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지역 아파트 중 어디를 사는 게 좋을지, 지금 집을 살 시기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구독자들의 질문에 명료한 해답을 제시해 박수받고 있다.
"이슈를 일으키거나 팔기 위한 강의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분이 제 콘텐츠를 보고 좋은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좋은 선택'을 하신 분들이 기증한 책을 모아 도서관을 설립 하고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쉴 때는 주로 강아지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소설, 자기계발서 등 장르를 따지지 않고 책을 읽는다. 최근엔 천명관 작가의 '고래'와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었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공상에 빠지는 시간도 많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즉시 녹음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남긴다. '나의 똑똑한 강아지'는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듣다가 떠올라 쓰게 됐다. 뛰어난 기억력도 작가로서 장점이 된다. 식당의 물통이나 환풍구 생김새 등 공간의 분위기나 느낌을 기억했다가 글로 풀어낸다. '200억 자산가'라고 하지만 낭비는 안 하려고 한다. 단, 가구나 조명, 문화생활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을 관람할 때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찾는다.
송희구 작가. 바로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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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사뒀던 땅에 도로를 깔고 필지를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매도 가능하고 건물을 지어 세를 놔도 된다. 농지는 저렴하지만 개발하면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투자다.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좋은 글쓰기'다.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작업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다. 언젠가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들 옆 작가 자리에 앉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김은숙 작가처럼 말이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자유를 꼽았다. 그는 "당연해서 놓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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