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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다이어트약 함부로 먹다간 시력 ‘뚝’…실제 부작용 보니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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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피부과서 다이어트약 처방...일주일 먹고 '시력 저하'

심평원, 비만 진료 급속도로 늘어...부작용 사례도 '껑충'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원인...빨리 안과병원 찾아야

올해 36살인 유모씨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한 피부과에서 다이어트약 한달치를 처방받았다.

일주일 정도 복용했을 때부터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2주차 때 안과를 찾았고 다이어트약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안과에 갔더니 한쪽 눈은 마이너스 1단계, 다른 한쪽은 마이너스 2단계가 나빠졌다. 여기에 난시까지 악화돼 교정 시력이 0.5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처방해준 병원이 다이어트 전문 병원으로 규모도 크고 외국인 고객도 많아 신뢰했는데 부작용이 올 줄 몰랐다"며 "병원에서는 문제가 되는 약만 빼고 먹으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세계일보

제보자 유씨가 지난달말 처방받은 다이어트약.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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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받은 비만 요양급여비용은 2019년 179억원에서 지난해 24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단 의미다.

이런 가운데, 유씨처럼 젊은 층 사이에서 단기간에 살을 빼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도 늘고 있다.

다이어트약으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토피라메이트 등 다양하다.

토피라메이트는 경련, 편두통 등을 치료하는 약인데,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정신과에서도 종종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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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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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에서는 토피라메이트가 주로 쓰이고,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은 다이어트 목적으로만 처방되는 약이다. 강력한 각성제라서 정신과적으로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는 불면증, 불안, 우울, 감정 기복, 변비, 두통,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이다.

심하면 환각이나 자해와 같은 정신병적인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에, 유씨처럼 시력이 떨어지는 안과적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일보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황영훈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맥락막이 부으면서 눈 속 공간이 좁아지고,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액체가 '방수'인데 그 배출 길이 막혀 안압이 급격히 높아지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주로 5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서 발병하지만, 다이어트약으로 2030대 젊은 여성도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약을 먹고 이런 증상을 느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압이 높은 상태로 오래 지속하게 되면 시신경 손상이 생겨 시력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다이어트약으로 인한 폐쇄각 녹내장인지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경우 안압을 조절하는 안약을 써서 시급히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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