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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내년 ‘초음속 여객기 부활’ 시동…지구촌 이동시간 확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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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민간기’ 개발용 시험기체 비행 예정

마하 1 돌파한 뒤 항공 데이터 축적 목적

XB-1은 연초 목표…X-59도 내년 중 초음속

현재는 조종사 한 명만 타는 소형 기체

수십명 이상 탑승 항공기 제작 기술 바탕

경향신문

미국 기업 붐 슈퍼소닉이 개발한 ‘XB-1’이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상공을 날고 있다. XB-1은 내년 초 초음속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붐 슈퍼소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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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비행조종사(테스트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 분)이 어두컴컴한 조종실에 앉아 전방과 계기판을 주시한다. 그가 하늘에서 다루고 있는 비행기 이름은 ‘다크 스타’다. 마하 10, 즉 소리 속도보다 10배 빨리 나는 것이 목표인 차세대 미국 군용기다.

하지만 장기간의 노력에도 마하 10을 달성하는 일은 연달아 실패한다.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마하 10까지 비행기를 밀어붙일 엔진을 만드는 일 등이 어려워서다.

미군에서는 이참에 다크 스타 사업을 중단하고, 그렇게 해서 생기는 여유 재원을 무인기 개발에 돌리고 싶어한다. 이날 비행은 사업에 대한 폐기 지시를 내리려는 최고위 장성이 비행기지에 도착하기 직전 서둘러 시작됐다. 교묘하게 명령을 회피한 셈이다. 매버릭이 주도한 이 결정은 결국 성과를 만든다. 마하 10을 극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미국 영화 <탑건: 매버릭>의 도입부다.

다크 스타는 상상 속 비행기다. 현실의 전투기 최고 속도는 마하 2 내외다. 사실 이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빠른 속도, 특히 초음속은 군용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장점이다. 적에게 순식간에 다가가 공격이나 정찰을 하고 위험지역을 벗어나는 일은 효율이 높은 작전 방식이다.

빠른 속도는 민간 여객기에도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 사람을 신속히 데려다주는 일은 여행이나 사업을 위한 노력과 시간을 절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콩코드기의 마지막 비행 이후 초음속 여객기는 사라졌다. 그런데 내년에 초음속 여행을 부활시킬 기술을 담은 시험용 기체들이 잇따라 ‘마하 1 돌파’에 나선다. 보통 사람도 초음속을 경험하는 시대가 돌아올 날이 바짝 다가온 것이다.

XB-1, 내년 초 초음속 비행 목표


내년에 특히 주목할 곳은 미국 기업 ‘붐 슈퍼소닉’이다. 붐 슈퍼소닉은 이달 중순 공식 발표를 통해 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상공에서 ‘XB-1’이라는 시험용 기체로 최고 속도 마하 0.95를 찍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소리(시속 1224㎞)의 95% 속도까지 비행기를 날린 것이다.

붐 슈퍼소닉은 “(상용 민간기인) 보잉 787이나 에어버스 A380의 순항 속도인 마하 0.85를 넘어섰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XB-1은 제트엔진을 장착했다. 길이는 19m, 날개 폭은 6m다.

이번 비행에서 붐 슈퍼소닉은 모험적인 시험도 했다. XB-1이 음속에 육박하는 속도로 비행하던 도중, 안전성을 높이는 전자장치를 일부러 끈 것이다. 고장 상황을 연출한 것인데, 붐 슈퍼소닉은 XB-1에 비상 사태에 대응할 기술적인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붐 슈퍼소닉은 내년 초 XB-1을 초음속으로 비행시킬 예정이다. XB-1에는 현재 달랑 조종사 한 명만 타지만, 붐 슈퍼소닉은 XB-1에서 얻은 항공 데이터를 활용해 80인승 여객기인 ‘오버추어’를 제작할 예정이다. 오버추어의 목표 최고 속도는 마하 1.7이다. 첫 비행 예정 시점은 2026년이다.

오버추어를 타면 대략 5시간이 걸리는 인천과 하노이 간 비행시간이 2시간 반으로 줄어든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할 시간만 있으면 동남아시아까지도 거뜬히 가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경향신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연구시설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X-59’를 대상으로 한 애프너버너 작동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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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9, 2028년까지 도시 비행


초음속 여객기를 띄우려는 집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뒤지지 않는다. NASA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소재 연구시설에서 초음속 비행기인 ‘X-59’를 대상으로 한 ‘애프터버너’ 작동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X-59는 NASA가 미 우주항공기업 록히드마틴과 함께 제작 중이다. 1인승 기체이며 길이 30m, 날개 폭 9m다. XB-1보다 약간 크다.

애프터버너는 제트엔진 뒤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에 연료를 추가로 뿌려 다시 연소 작용을 일으키는 부품이다. 애프터버너가 작동하면 엔진 후반부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추력이 강해진다. 주로 중력을 뿌리치고 이륙할 때, 그리고 초음속 비행 때 사용한다.

NASA는 “이번 시험에서 X-59의 애프터버너를 최대치로 가동했다”며 “엔진 온도가 제한폭 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엔진 주변의 공기 흐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NASA는 “X-59의 첫 비행은 내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NASA가 목표로 한 최고 속도는 마하 1.4다. 내년에는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의 상공을 초음속으로 날면서 관련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비행 소음은 지상에서 견딜 만한 수준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2026~2028년에는 X-59를 인구 밀도가 높은 미국 도시 위에서도 초음속 비행시킬 예정이라고 NASA는 설명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은 향후 중대형 민간기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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