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유족에게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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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노동자의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인지 의학적으로 불명확하더라도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신철민·김찬영 부장판사)는 업무 스트레스로 사망한 고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인은 한 공사 현장에서 관리감독으로 파견 근무를 하던 노동자다. 고인은 담당하던 공사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다 숙소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이 회사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은 업무상 부담 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고인이 담당하던 공사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외에는 원인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담당하던 공사 현장 점검에 여러 하자가 발생했고 고인은 본사로부터 수시로 독촉을 받고 시정조치를 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그럼에도 공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고인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식탁 조명이 모델하우스 배치와 다르게 설치된 사실을 확인한 후 시공 담당자와 전화로 다투면서 맞대응 하자는 내용으로 통화를 마무리한 후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고인이 직접 고인의 통장에서 대금을 결제할 정도로 공사 현장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도 짚었다. 고인의 업무일지, 관련 통화 내용,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고인이 겪은 업무상 어려움과 고통이 잘 드러난다고도 판단했다.

또 고인이 업무 스트레스 외에 가족관계나 다른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없는 부분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고인이 겪은 우울증이 업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에 따라 인과관계 직접적인 판단은 유보했다.

그럼에도 "업무적 요소 외에 다른 요소가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훨씬 부족하다"며 "업무적 부담 내지 스트레스로 고인이 사망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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