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기징역 가능성에…미국행 저지 총력
“결정 통보 방식·시점, 적법성 의문…인권침해”
헌재에 집행정지 가처분·ECHR에 임시 조치 신청
권도형 씨가 지난해 6월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매체 비예스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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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미국 인도 결정에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맞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와 포베다에 따르면 권씨 측 법률 대리인단은 전날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인도국 결정 통보에 적법성을 지적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와 마리야 라둘로비치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의뢰인과 변호인단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결정문이 공식 전달되기 전까지는 신병 인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보조비치 장관이 권씨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앞서 법무부에 결정이 내려지면 즉시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보조비치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런 행동은 권씨의 기본적 인권과 방어권, 법적 구제를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조비치 장관의 결정문이 즉시 송달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집행을 지연 시켜 시간을 번 뒤 결정을 뒤집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변호인단은 결정문을 전달받은 뒤에는 ‘전달 시점’을 문제 삼아 추가 대응에 나섰다. 관공서 업무 시간이 끝난 이후인 금요일에 결정문을 전달한 것은 권씨의 방어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절차적 방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각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임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 보조비치 장관의 편파성을 이유로 기피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나, 이에 관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비치 장관이 인도국을 결정한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씨 측의 필사적인 대응에도 이번 결정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권씨 측은 앞서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한국 송환을 결정한 하급심 결정을 무효화하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기자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가 권씨 측 헌법소원을 이미 한 번 기각한 상황에서 새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만 권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정도로 변수가 많았던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법무부 결정은 범죄인 인도 절차가 개시돼 한국과 미국이 권씨의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고, 몬테네그로 법원이 결정과 번복을 이어온 지 약 18개월 만에 이뤄졌다.
권씨는 미국 송환 시 사실상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 줄곧 한국 송환을 희망해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여 년으로 미국보다 낮다.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뒤 법망을 피해 다니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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