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과 함께 둘러본 무안공항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위로 가창오리 떼가 날고 있다. 무안 |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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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바다·습지와 인접
가마우지 등 ‘40여종 서식’
“조류 충돌 재발 가능성 커”
30일 오전 8시30분쯤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새 전문가인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57)은 가창오리 떼를 가리키며 “이곳(무안공항 인근)은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면서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철새 서식지 등을 연구하는 주 소장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무안공항을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조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기자는 이날 주 소장과 동행하며 비행기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장을 탐문하고 새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창포호 부근에서도 가창오리 떼가 날고 있네요.” 오전 8시50분쯤 무안공항이 있는 전남 무안군 망운면 창포호 인근에서 오리 떼가 날아가자 주 소장이 말했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때와 비슷한 시간이다. 그는 “가창오리는 야행성이라 해 질 무렵 공항 남동쪽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당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에서 20만마리의 가창오리 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이날 가창오리의 정확한 휴식 장소는 발견하지 못했다. 주 소장은 “새의 이동 경로와 비행기의 착륙 경로가 맞닿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새의 이동 시간을 살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새의 이동 시간조차 제대로 연구된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창오리뿐만 아니라 무안공항 인근에는 40여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에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 소장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청머리오리·혹부리오리가 400마리 정도, 가마우지도 30마리 정도, 청둥오리랑 흰뺨(검둥오리)도 150마리 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도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6~7㎞쯤 떨어진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 있다. 청둥오리·홍머리오리·알락오리·중대백로·흰뺨검둥오리 100여마리는 바다의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주 소장은 “현재 인근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숫자를 보면 다시 조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단순히 새를 쫓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공항 수를 줄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을 늘리면서 소음공해를 피하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를 선정하고 있는데, 새의 서식지와 겹치며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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