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알뜰폰 스퀘어에서 한 시민이 알뜰폰을 체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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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는 이동통신사의 예측가능한 경영에 변수를 줬다는 의미가 있다. 지원금 상한을 제한한 단통법 영향으로 10년간 이통사는 마케팅 출혈경쟁을 지양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과도한 지출보다는 기존 고객을 지키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실제 단통법 시행전 1000만건에 달했던 휴대폰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건수는 단통법 첫해인 2014년 800만건대로 떨어졌고 2018년 566만건으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600만건을 밑돌았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통해 시장에 자율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이통 3사 보조금 경쟁도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뺏고 빼앗기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차별화 혜택 폭이 커지고 단말기 구매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입장에서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다. 이를 보호하기 위한 대기업 알뜰폰에 대한 점유율 규제와 도매대가 사후규제 전환도 알뜰폰 시장 전체의 성장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 이로 인해 이통 3사 중심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고착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는 5696만5545명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10월 5281만4760명와 비교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국내 휴대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보조금 규제가 지속되면서 이통시장 판도를 바꿀 만한 유인이 없었다.
단통법 첫해인 2014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은 47.5%, 26.4%, 18.8%였다. 10년이 지난 올해는 SK텔레콤 40.5%, KT 23.6%, LG유플러스 19.2%로 후발 사업자의 일부 약진이 있었지만 지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 기간 변수로 작용한 것은 알뜰폰이었다. 2014년 가입자 387만명으로 점유율 7.3%에 머물던 알뜰폰은 자급제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 가입자를 950만명까지 늘리며 통신시장의 16.7%를 차지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 점유율이 40%까지 내려 앉는 주요 원인이 됐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로 이통 3사의 가입자 뺏기 경쟁이 가열될 경우 알뜰폰으로의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알뜰폰 지원과 단통법 폐지 정책이 상충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지원금이 늘면 자급제폰은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다. 자급제와 결합해 쓰는 알뜰폰도 같이 외면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는 자급제 활성화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단통법 폐지로 마케팅 경쟁이 발생하더라도 이통 3사는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시장 판도를 깨트릴 만한 자본여력을 갖춘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대응할 수 없는 알뜰폰 사업자는 이마저도 버티기 어렵다. 이통사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3사 구도는 오히려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단통법 폐지와 함께 통신비 인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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