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1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美 NSC “북한군 지난주 1000명 사상... 투항 막으려 동료 처형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커비 NSC 대변인 “북한군, 무모한 인해전술”

조선일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27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인해전술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커비 보좌관이 지난 12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서 무모한 공격을 감행해 사상자가 불어나고 있다는 미국 안보 당국의 진단이 나왔다. 투항을 막기 위해 서로 죽이거나 북한의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북한군도 있다고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27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인해전술(human wave tactics)’을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군 지도자들이 (북한군)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면서 “북한군은 세뇌된 상태로 보이며, 공격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전 경험이 없는 데다 러시아어도 통하지 않는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총알받이’로 희생되리라는 전망이 파병 초기부터 나왔는데, 이런 예측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무모한 대규모 공격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한 주에만 1000명 이상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북한군은 지난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파병됐기 때문에 전체 사상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3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에서 북한이 범죄자 출신을 파병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는 28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하급병사 '정경홍'의 일기를 공개했다. /SOF 텔레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기를 꺼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동료를 처형한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힐 경우 항복 대신 자살을 선택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생포되면 북한에 남은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최근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최소한의 보호 조치만 제공한 채 전장에 내몰고 있으며, 북한군 내부에선 투항을 막으려 같은 편 동료를 처형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는데, 미 당국이 이를 확인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작전 중 북한군 포로 한 명을 생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 병사는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숨졌다고 파악됐다.

북한이 수감자들로 이뤄진 이른바 ‘죄수 부대’까지 파병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가 29일 공개한 북한군 하급 병사(’정경홍 이병’으로 추정)의 일기엔 “소대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지만 당의 사랑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정경홍’의 일기를 지난 24일 이후 부분 공개하고 있는 SOF는 이날 “일기엔 ‘정 이병’이 어떤 잘못으로 인해 러시아군을 도우라고 수천㎞ 떨어진 곳에 파병됐다고 적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우크라이나군이 이병이라고 계급을 밝힌 정씨의 일기에 ‘소대 주임상사로 진급할 기회’가 있었다는 언급이 있는 것은, 그의 군 경력이 짧지 않지만 어떤 사정 탓에 이병으로 강등당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는 일기에 “이곳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당에 청원할 것입니다”라고도 썼다. 러시아에 파병된 일부 범죄자 출신 북한군이 사면·감형 등을 약속받았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지난 26일 공개된 정씨의 다른 기록엔 우크라이나군 드론(무인기)을 격추하려 전우(戰友)를 ‘인간 미끼’로 활용하는 방법도 담겨 있었다.

북한군이 가세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적으로 진격한 이후 러시아가 탈환 작전을 펼치고 있는 전선(戰線)이다. 블룸버그는 28일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점령 지역의 절반을 다시 잃었고, 몇 달 내에 나머지 영토도 러시아에 다시 빼앗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북한군 1만1000명을 포함한 5만명 이상의 병력을 이 지역에 배치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내년부터는 공세를 더 강화할 계획이라 우크라이나가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미국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러시아가 대규모 반격을 개시한다면 북한이 내년 봄까지 추가로 8000명의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