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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태평로] 올해 국시 합격 의사 266명… 10분의 1 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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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늘리자고 ‘의대 증원’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 신규 의사 급감

피 마른 1년 반복돼선 안 돼… 26학년도 정원 논의 적극 나서야

2025학년도 대학 수시 일정이 모두 끝났다. 31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지난 한 해 국민과 환자의 피를 말렸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논란이 일단락되고 있다. 그러나 꽉 막힌 의정 갈등 상황은 변화가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한다. 신규 의사는 급감했다. 올 하반기 의사 국시 실기시험 결과 266명이 합격했다. 지난해(3058명)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2031년부터는 신규 의사를 5000명으로 늘리겠다며 ‘2000명 의대 증원 카드’를 꺼냈는데, 급감하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전공의도 극심한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선 모집 정원(3594명)의 5%인 181명만 확보됐다.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조만간 돌아올 것”이라고 줄곧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이 말이 그저 희망 사항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의료계 강성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2025학년도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금지와 정시 모집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정시 모집에서 각 의대가 보통 3배수를 선발하는 정시 1차 서류 합격자를 1.5~2배만 발표하자는 것이다. 이 범위 내에서 추가 합격이 이뤄지면 특히 지역 대학의 의대 정원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가 예상된다. 2025학년도 증원을 문제 삼는 의대생, 전공의들이 돌아올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원이 크게 늘어난 지방대 의대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법원도 정원 급증으로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거점 국립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모집 인원을 조정한 것과 같이, 앞으로도 대학 측의 의견을 수렴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지난 5월, 서울고법)

의료계도 2025학년도 정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2026학년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의료계가 수급 추계 논의 기구 등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원칙에 따라 5058명(3058명+2000명 증원)이 된다는 입장이다. 의정 갈등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리 사회의 핫이슈였지만, 지금과 같은 탄핵 정국에서는 정치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다. 어영부영하다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5000여 명으로 확정될 수 있다.

2026학년도 정원 규모를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부터 2024년 수준의 동결이나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감축 규모에 대해서도 제각각 생각이 다르다. 어렵사리 감축 규모에 합의점을 찾더라도, 예비 고3 수험생과 N수생, 그리고 이들의 학부모는 당장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낼 것이다. 법원은 “수험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이 감원되었다면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증원은 수험생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수험생들에게는 소송 자격이 없다고 했다. 감원 상황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의료계가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는 2025학년도 증원 결정은 그래도 1여년 동안 28여 차례의 ‘의료 현안 협의체’와 3차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9차례의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를 거쳤다. 올 2월 초 ‘2000명 증원’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2026학년도 정원 발표는 지금부터 딱 40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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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진 사회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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