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국가 재난 앞에 정부는 비정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공항 관제탑 앞에서 사고 여객기 탑승객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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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중대본 본부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직접 맡아 이날 3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재난 대응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경제 사령탑’으로 재난 대응을 총괄해 본 적 없는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국무총리 역할뿐만 아니라 중대본부장 역할까지 ‘1인 4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없는 정부 공석에 향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
소방 당국은 이날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2분 만인 9시 5분 대통령실, 총리실, 경찰청, 외교부 등에 관련 상황을 전파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어 9시 8분 ‘조난 단계’를 선포했다. 조난 단계는 항공기와 탑승자가 중대하고 절박한 위험에 처해 있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때 발령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관련 부처에 긴급 지시 사항을 내려보낸 건 9시 41분이었다. 최 대행은 첫 지시 후 9분 만인 9시 50분 1차 중대본 회의를 열었고 20분 뒤 무안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일차적인 대응 조치를 지시하고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낮 12시 55분쯤 현장에 도착한 최 권한대행은 “이번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점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중대본을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오후엔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지휘소에서 2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무안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했다. 또 다음 달 4일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국고 지원을 통한 피해 복구와 함께 복구 자금 융자,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이 피해 주민에게 제공된다. 무안공항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최 대행은 서울로 복귀해 오후 8시에 주재한 3차 중대본 회의에서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수반의 대행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송구한 마음”이라며 “전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 리본을 패용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찰에서 급파한 무안공항 과학수사요원들을 통해 피해자 신원 확인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며 “국토교통부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중대본 본부장은 통상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이번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 대행이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고 한다. 차관인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이 여러 부처를 총괄 조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야당에서 탄핵소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8일 자진 사퇴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 당하면서 행안부 장관 지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은 오전 11시 30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고, 총리실도 사고 내용과 대응 방안을 최 대행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리가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로 인해 불안정해진 경제를 돌봐야 하는 최 대행이 안보와 재난 대응까지 챙기기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행이 사고 수습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라 정부는 30일 발표 예정이었던 2025년도 경제 정책 방향 발표를 연기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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