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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은 ‘논어(論語)’를 풀어낸 책 ‘설원(說苑)’에서 윗사람에게 간언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정간(正諫)이다. 바른 도리를 들어 가면서 하는 간언이다. 그러나 자칫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려 자기 몸이 위험해질 수 있다.
둘째, 강간(降諫)이다. 최대한 자기를 낮춰 겸손한 말로 하는 간언이다. 그런데 너무 에둘러서 하다 보면 정작 윗사람이 그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셋째, 충간(忠諫)이다. 임금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충직하고 간절하게 하는 간언이다. 충신(忠臣)이라야 가능하고 종종 어리석은 임금도 이런 충간에는 감동하곤 한다.
넷째, 당간(戇諫)이다. 맥락도 살피지 않고 그저 고지식하게 하는 간언이다. 임금도 바꾸지 못하고 자기 몸만 위태로워지기 십상이다.
다섯째, 풍간(諷諫)이다. 은근히 일깨워주는 간언이다. 이때는 그 풍자에 담긴 뜻을 임금이 포착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유향은 말한다.
“무릇 간언하지 않으면 임금을 위태롭게 하고 고집스럽게 간언하면 자기 몸이 위태로워진다면 임금을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자기 몸이 위태로워지는 것이 낫다. 하지만 자기 몸이 위태로워지고서도 끝내 그 말이 쓰이지 않는다면 간언은 실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 따라서 일의 이치를 아는 자[智者]는 임금의 마음을 헤아려 상황에 알맞게 완급을 조절함으로써 그 마땅함을 따르니 위로는 감히 임금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 아래로는 자기 몸이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어제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간언하는 도리를 몰라 자기 주군을 위태로움에 빠트린 사람들이다. 국민에게 죄인임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 주군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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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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