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은 1999년 착공됐다. 1993년 목포공항에 접근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전남 해산의 야산에 충돌하는 사고가 난 이후 ‘무안’에 새 공항을 짓자는 여론이 일었다. 목포 시민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안개가 잘 끼지 않는 무안의 지형적 특성을 언급하며 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사진은 항공기 꼬리의 모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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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망운면은 연중 16일밖에 안개가 끼지 않는 데다 당시 일대가 밭으로 평탄하다는 점, 높은 산이 없다는 점 때문이 이착륙 시 시계장애 요인이 없다는 점이 당시 타당성 조사결과에서 높이 평가됐다. 일제하인 1944년 8월 일본이 중국 진출을 겨냥해 군용비행장을 무안에 설치했던 이유도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종전으로 공사가 중단됐지만, 착공까지만 해도 격납고 등이 남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공항은 개항 이후 세금낭비 사례로 꼽히는 대표적인 지역 공항으로 꼽힌다. 인근에 지역 공항이 있음에도 정치권의 논리로 건설이 이뤄졌다. 이용객이 없어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불렸다. 실제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던 무안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이용객은 적었지만, 무안공항의 활주로를 연장해야 한다는 건의는 1999년 착공 때부터 있었다.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된 만큼 미국, 유럽 등을 오가는 보잉747과 같은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현 국토교통위) 소속 김홍일 의원은 “시공에 앞서 활주로 길이 설계를 변경, 연장할 것”을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무안군의회, 목포시 등은 활주로 연장을 위해 3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줄 것 요청했다. 2003년 건교부(현 국토부)는 “미국 등 장거리 항공노선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타 공항에서는 수요부족으로 개설이 용이하지 않다”며 이를 거부했다.
무안공항의 개항시기는 계획보다 5년 이나 늦춰졌다. 본래 개항시기는 2002년이었으나, 공사 도중 예산 삭감, 공항 접근도로 개설 갈등 등으로 2007년 11월에야 공항 문을 열었다. 개항 이후에도 활주로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 전남도는 활주로를 3.2km로 연장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전남도는 2019년이 돼서야 무안공항 설계와 관련된 예산 20억원을 받아내 연장 공사가 가능해졌다.
2021년 국토부 기본계획에 무안공항의 활주로 연장사업이 포함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492억원이다. 이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이 공사 탓에 사고 당시 무안공항 활주로는 300m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가 일어난 뒤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는 길다는 점에서 ‘짧은 활주로 거리’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무안공항은 철새 도래지와 가깝다는 점에서 조류 충돌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는 113.34㎢ 규모의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 조성돼 있어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비율이 가장 높다. 무안공항의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제주공항(0.013%), 김포공항(0.018%) 등에 비해 훨씬 높다.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이 무안공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의 정비소홀, 과도한 비행스케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주항공과 같은 저비용 항공사(LCC)에서는 최소 정비사용만을 사용하는 것이 공식화 돼 있고, 시간표를 빡빡하게 짜 항공기를 혹사 시킨다는 것이다. 사고 항공기는 사고 하루 전날 무안을 중심으로 코타키나발루, 나가사키, 타이페이, 방콕 등 4개 국가 도시를 비행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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