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문기구 '공항설계지침' 문건 "활주로 끝에서 300m 내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 지어야"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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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비상착륙하던 여객기와 충돌한 '둔덕'이 국제연합(UN)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끝단으로부터 300m 지점까지는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만 지어야 하는데, 국토부에 따르면 문제의 콘크리트 소재 둔덕은 활주로 끝으로부터 264m 지점에 지어져 있어서다.
ICAO가 2021년 발행한 공항설계지침 제5판에 따르면 ICAO는 공항 활주로 인근에 설치되는 운항 보조장치에 대해 "기체 이륙, 지상운전, 비상동체착륙 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진다"며 "이러한 모든 장비는 부서지기 쉽게 하고, 가능한 한 지면에 가깝게 설치해 기체 충격이 조종능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착륙대(Runway strip) 끝단으로부터 240m 지점으로부터 운항보조장치를 설치하는 경우 부서지기 쉽게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착륙대는 비상에 대비해 활주로 끝에 마련된 별도 공간이다. 착륙대 크기도 ICAO에 규정돼 있는데, 이에 따르면 무안공항처럼 길이 1800m 이상인 활주로는 활주로 끝단부터 최소 60m를 착륙대로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무안공항 활주로 끝으로부터 300m 지점 내 운항보조장치를 설치하려면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지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활주로 끝부터 60m까지가 착륙대이고, 착륙대부터 240m까지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활주로 끝으로부터 300m가 규제공간이 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공항설계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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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문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활주로종단안전구역(RESA) 바깥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ICAO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300m 규정은 RESA와 별도로 쓰여진 규정이다. 국토부 설명대로 RESA 규정을 만족하더라도 300m 규정에는 못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항공기 운항에 따른 강풍을 버티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는 구조물이 필요하다"며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도 이와 명시된 규정이 없다"고 전했다. ICAO도 이 점을 감안한다. 규정집에서 ICAO는 "조명장치의 경우 활주로 끝단 쪽 조건은 진입로 쪽과 매우 다르다"며 설치지역 경사와 강풍을 버틸 수 있는 내구력, 시설물 높이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해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여수공항에도 같은 구조물이 있고, 해외에는 아예 콘크리트 벽체 구조물이 로컬라이저를 지탱하는 형태도 존재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 위치보다 재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겠단 입장.
이와 관련 미국 연방항공청 사고조사관 출신 데이비드 소시는 29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활주로는 랜딩기어 없이 비상착륙이 가능하도록 지어져야 한다"며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왜 그 위치에 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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