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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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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승무원이 동창”…추모 뒤 친구들은 끌어안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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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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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79명이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이날 오전 8시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뉴스를 보고 눈물이 나와서” 초등생 딸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엄마부터, 휴가를 낸 직장인, 인근 회사 직원들까지 모두 한마음이었다. 부의록에는 “명복을 빕니다” “그 곳에선 행복하길” 등이 적혀 있었다. 헌화와 묵념을 마친 시민들은 분향소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추모객 중에는 피해자와 인연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사망한 승무원 4명 가운데 한명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아무개(22)씨는 이날 오전 고교 친구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이씨의 살굿빛 마스크도, 하얀색 마스크 위로 드러난 이씨 친구의 눈도 빨갛게 젖어있었다.



이씨는 “동창들로부터 친구의 부고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얼굴과 이름만 아는 정도였지만, 참사를 당했다는 게 너무 슬프다. 친구뿐만 아니라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모를 마친 뒤 분향소 옆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망운면이 고향이라는 60대 여성 김아무개씨와 한아무개씨도 분향소를 찾았다. 김씨는 “피해자 중 한명이 2년 선배다. 고향에서 대참사가 발생해서 너무 놀랐고, 피해자들을 추모해야겠다는 생각에 고향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오지훈(25)씨는 오전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경기도 성남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둘러 서울시청 앞을 찾았다.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는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추모밖에 없다는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아이의 손을 잡고 계속 눈물을 흘리던 한 여성은 “기장님은 착륙 순간 승객을 다 살렸다고 생각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말을 맞아 낸 휴가 날에 분향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제주항공을 자주 타고 다녀서 남 일 같지 않다“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안 좋고, 다시는 이런 큰 참사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30대)도 “쉬는 날이라 언니와 함께 왔다”며 “많은 분이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 사고 원인이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김두연(59)씨는 “분향소 인근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동료들과 함께 왔다. 이런 재난에 같이 동참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바이올린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여성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또다시 국가에 이런 큰일이 발생해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오세훈 서울시장도 합동분향소를 찾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오시장은 “애도의 마음을 표 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으니 많은 시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4일까지 매일 오전8시~밤10시에 운영된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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