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3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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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욱의 집문집답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아파트 가치&가격 연구소’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정부와 국회, 민간의 다양한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동향이나 정부 정책, 시장 전망 등을 알고 싶으신 분은 집문집답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한겨레 이메일 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격주로 화요일 오전 11시마다 채상욱 대표가 정확한 정보와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최근 부동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한겨레 집문집답 운영자인 소심한 무주택자 김소심입니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 들어 10월까지 단독주택·다세대주택·연립 등 오피스텔을 제외한 전국 비아파트 주택 거래량이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2021년 거래량이 44만4308건이었는데, 올해 1~10월 16만6287건으로 떨어진 거죠. 서울만 따로 떼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2021년 9만9355건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3만6554건으로 집계됐지요.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빌라’(통상 다세대주택과 연립 포함) 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시장 수요가 실종된 것이 원인이라고들 해요. 특히 빌라 시장이 침체될 경우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공급이 줄어들 수 있어요. 또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아파트 시장을 크게 자극할 수도 있구요.
이 때문에 정부가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어요. 지난 18일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해 빌라 소유주의 아파트 청약 불이익을 없애 매매 수요를 확대하기로 했어요. 전용면적 85㎡·공시가격 3억원(수도권은 5억원) 이하 비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한 거죠. 기존엔 전용 60㎡·공시가 1억6000만원 이하만 무주택자로 간주했지만, 적용 범위를 확대한 거예요. 또 지난달엔 전용 60㎡ 이하·취득가액 3억원(수도권은 6억원) 이하 신축 빌라를 사면 2027년 말까지 취득·종합부동산·양도세와 같은 부동산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어요.
Q.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으로 빌라 시장이 활기를 띄게 될까요? 혹시 현 상황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정책이 있을까요?
A. 비아파트 시장 문제의 본질은 세금 규제가 강해서, 또는 청약 때 불이익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전세 사기로 인해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한 임차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비아파트 시장이 ‘탈 전세화’ 더 나아가 ‘탈 비아파트화’ 하고 있고, 이것이 소형아파트의 전세가격 상승을 야기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가격을 떠나 주거안정 측면에서, 아파트와 비아파트라는 시장에서 비아파트 시장이 몰락하고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만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정부가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중입니다. 따라서, 세제나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비아파트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고, 오히려 비아파트의 주거기능 회복을 전제로 한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8.8 공급 대책’이 이러한 형태의 정책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8일 서울에 새로 짓는 빌라는 일정 기간 공공이 무제한으로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대규모 수도권 공급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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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150%에서 126%로 강화했어요. 집주인들이 일정 정도의 보증금을 확보한 뒤 세를 놓을 수 있도록 유도해 ‘깡통전세’를 막기 위한 조처였죠. 이제 좀 안심하고 빌라 전세를 계약해도 되는 걸까요?
A. 빌라의 매매가와 전세가격의 격차가 적거나 혹은 두 시세 중 매매시세 파악이 잘 안되는 경우, HUG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공시가격의 150%만큼 일괄로 임차보증반환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매매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HUG의 제도를 악용한 빌라 투자자들이 나왔고, 이것이 2022년부터 역전세 문제와 전세사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HUG가 뒤늦게 이 비율을 순차적으로 내려서 126%까지 조정했고 2025년에는 더 내릴 계획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비아파트의 역전세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서울 약 70%, 전국 약 80%가 월세화 되었으므로, 임차인들도 HUG의 제도를 너무 믿기 보다는 월세로 계약하시길 추천합니다.
Q.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24년 1~10월 비아파트 월세 비중이 전국 77.4%, 서울 68.7%에 이를 정도로 빌라 사기 사태 이후 ‘월세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빌라 월세화가 빌라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 이미 올해 추세적으로 비아파트의 월세화가 진행되었고, 비아파트 임대차에서 월세 비중이 2022년 대비 평균 15%p 높아졌습니다. 서울도 그 비중이 70%에 육박하면서 사실상 빌라는 월세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빌라의 전세 기능 이탈을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주택공급의 실질적 위축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올해 중반기 소형아파트 임차료 상승으로 이어졌고, 가계대출과 만나서 소형아파트는 물론, 중고가 아파트까지 연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됩니다. 정부가 8.8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비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임대차 시장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Q.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1~10월 기준으로 전국 다세대·연립 인허가 물량이 9038가구로 나타났어요. 2022년 3만9167가구, 2023년 1만2716가구였던 걸 보면 확연히 줄어든 수치예요. 서울의 경우 2022년 1만4212가구에서 올해는 2444가구로 83%나 감소한 걸로 나타났구요. 빌라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고 있는데, 또다시 전세 대란이나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날까요?
A. 비아파트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비아파트 수요는 사실상 와해되었고, 미래에 비아파트가 더 필요한 상태가 오기보다는 점차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추세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비아파트 기능 축소가 시작된 것이 2년을 넘었고, 사실상 월세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또한, 올해 비아파트 수요 감소가 소형아파트 수요 확대로 작동하여 해당 주택군의 임차료 상승으로 이미 반영되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추가로 악영향을 미치기보다는, 2023~2024년처럼 비아파트의 월세화가 유지되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빌라 가격은 아파트와 달리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상당히 조정을 받은 데다, 정부도 ‘빌라 매매’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거잖아요…지금 적은 돈으로 빌라를 사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다가 향후 돈을 모아서 아파트 청약에 도전해보는 전략은 어떨까요? 사실 빌라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나중에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할 때 빌라 매도가 안 될까봐 걱정인데요.
A. 빌라 수요 감소로 매수자가 사라지면서 빌라의 원활한 공급이 되지 않자 정부가 8.8 대책으로 빌라를 무제한으로 매입해주게 되었고, 사업추진 주체들이 빌라 건설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공공매입뿐 아니라 민간의 매수도 촉진하려고 다양한 세제 관련 정책들을 내면서, 정부 정책이 빌라 매매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 결국 임대를 해줘야 합니다. 임차인이 빌라, 특히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빌라를 투자하려면 과거와 달리 목돈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빌라를 전세로 놓고 전세금을 합해서 사업자금 등을 모두 조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돈 및 대출금으로 빌라를 선건설하고, 월세로 임대료를 받아 이자비용 등을 조달해야 합니다. 이런 국면에서 세제 및 청약 혜택을 주는 것이 일부 도움은 되겠으나, 문제의 본질은 전세 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전세 사기를 발본색원하는 대책을 낼 필요가 있고, 지금처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일부 구제하는 형태의 대책으로 빌라시장 안정화는 불가능하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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