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공개했던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무처) 집무실의 책장과 액자를 올해는 치웠다. 지난 3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시진핑의 모습(아래)과 2023년 12월 31일의 모습(위). /중국 CC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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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공개했던 주석 집무실이 지난 31일 처음으로 ‘비공개’됐다. 중국 국영 CCTV에서 방송된 2025년 신년사에서 과거 시진핑 뒤로 보이던 집무실의 책장과 액자뿐 아니라 책상 위의 전화기까지 말끔하게 치워졌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속살’을 들여다볼 유일한 기회로 여겨졌던 신년사 발표가 경직된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경제 위기와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강화 속에 시진핑이 ‘친민(親民)’ 행보 대신 권위를 강조하며 국민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2013년 12월 31일부터 중국 관영 방송사를 집무실로 불러 신년사를 발표하며 중국 주석의 집무실을 외부에 최초 공개했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주최하는 신년 다과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전했기에 그의 행보는 ‘국제 기준’에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으로 평가됐다.
신년사의 내용도 ‘솔직하고 담백하다’는 평을 들었던 이전과 달리 선전 메시지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시진핑은 “모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제난을 인정했던 전년과 달리 어려움 극복에 대한 의지만 언급했고, 신년사의 대부분은 중국의 성과와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부각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진핑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껏 비바람의 세례 속에 성장했고, 시련을 거치며 강해지고 자라났다”며 “모두 자신감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의 경제 운영은 일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고, 외부 환경에 불확실성이라는 도전이 있다”면서 “그러나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전년 신년사에서 중국의 기업 경영난, 취업난, 자연 재해를 언급하며 ‘걱정’이란 표현을 썼던 것과 대조된다.
작년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국내외 환경 변화가 불러온 영향에 대응하며 일련의 ‘정책 패키지 수단’을 내놓았다”면서 “고품질발전(첨단 기술 산업 주도 발전)을 착실하게 추진했고, 중국 경제는 다시 온기가 돌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130조 위안(약 2경6200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앞서 이날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신년 차담회 연설에서 올해 GDP 성장률이 목표치 ‘5% 안팎’을 달성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2025년의 경제 과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전면적으로 14차 5개년 규획(계획)을 완성해야 한다”면서 “더욱 적극적인 유위(有爲, 강력한 의지를 갖고 역할 수행)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전년 신년사에서 ‘온중구진(穩中求進, 안정 속에 발전 추구)’을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누적, 외자 이탈, 취업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중국 경제가 어렵지만, 국가 주도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중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주력하는 첨단 기술 확보에 대해서는 특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진핑은 “우리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因地制宜) 신품질생산력(첨단 기술 주도 생산 모델)을 육성했고, 신산업·신업종·신모델이 앞다퉈 등장했다”며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의 연간 생산량은 1000만 대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통신 등 영역에서 새로운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또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한 우주선 창어 6호와 대양시추선 멍샹호, 남극 친링기지 등을 언급했다.
시진핑은 신년사에서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농촌 진흥’을 강조했다. 향후 중국의 산업 구조 전환과 서구의 대(對)중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농촌이 도시의 잉여 인구를 흡수하고 식량,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문제에서도 4년째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방침과 홍콩, 마카오의 장기 번영과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한 가족”이라고 했다. 또 “그 누구도 조국 통일의 역사적 큰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올해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과 개도국) 단결·협력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은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의 참여자로서 세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나 한반도 정세,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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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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