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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담화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답으로 ‘미래 성장동력 고사’,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붕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와 함께 ‘전국의 산림 파괴’를 제시한 것은 뜬금없다.
산림 보전이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약하는 계엄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어떤 급진적 환경론자도 하기 어려울 얘기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한 셈이니 기괴스럽기조차 하다. 환경이나 생태와는 먼 듯한 그의 평소 행보와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공약해 어느 곳보다 앞서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 훼손의 길을 텄다. 지난해 3월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는 “주민이 원하는 곳에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혀 전국 곳곳에서 산림 훼손을 불러올 케이블카 추진에 불을 지폈다. 2023년 8월 국무회의에서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 신중하게 적용해야 할 하천 준설을 “치수의 제1번”이라며 강조했다는 것도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환경부는 그 뒤 치수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대규모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댐 건설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태양광 설비의 국적에 예민한 듯하다. 2023년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설비에서 중국산 비중은 74%가 넘는다. 문제는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란 점이다. 중국의 태양광 설비는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산림 파괴를 언급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집권 때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이 크게 늘었다는 데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겹친 2017년 1435㏊였던 전국의 태양광 발전 산지전용 허가 면적은 이듬해 2443㏊로 급증했다. 하지만 2019년 1024㏊, 2020년에 229ha로 다시 빠르게 줄었다.
2018년 정부가 경사도 25도 지역까지 가능했던 산지전용을 15도 이하에서만 가능하게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태양광 시설로 전국의 산림이 파괴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산림 보전보다는 국민들의 중국 혐오 정서를 자극하려는 것에 본뜻이 있지 않나 의심을 지우기 힘든 이유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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