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분산, 어떤 대안이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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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는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고 책임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대표적인 대안은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여론 견제가 가능하고 대선 2년 후 국회의원 선거를 시행하면 견제 효과도 강화된다. 대통령의 권한이 큰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담보된다는 것이 대통령제의 장점인데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은 8년 동안 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첫 임기 4년 동안은 재선을 최고 국정 목표로 상정하고 포퓰리즘성 정책을 펼 우려가 있다. 또 연임한 대통령의 후반 4년은 5년 단임제와 같이 제왕적 권한을 그대로 누린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요구에 둔감하고 국민의 정치적 효용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이 10%대의 지지율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하다 끝내 비상계엄이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집권 후 2년 7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헌을 하더라도 기존 대통령제 내에서 제도 개편으로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차라리 ‘순수 대통령제’, 즉 대통령이 입법부에 전혀 입김을 행사할 수 없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금지, 예산권의 완전한 국회 이전, 국회의 감사원 관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주장해왔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는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감사원의 헌법상 지위를 명확히 하고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등 5가지 권력기관 개혁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제를 접을 때가 됐다는 주장도 많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 수위를 높이는 데 최적화된 의원내각제가 그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이 선출한 의회가 총리(수상)를 지명하고 총리가 행정부(내각)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내각은 의회 해산권을,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가져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갈등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재발의를 해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을 방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재임 중 총 24개 법안을 국회로 되돌려보냈다.
대통령제와 반대로 의회에 지나친 권한이 부여돼 행정부의 국정 안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처럼 의회 다수당 혹은 다수 연합에서 총리가 지명되는 경우가 많아 소수당 의견은 묵살된다. 특히 일당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 국민의 정치 효능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955년 창당한 일본 자민당이 지금까지 집권하지 못한 기간은 총 6년이 안 된다. 대통령제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의원내각제는 심리적인 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많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형태가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이원집정부제다. 국가별로 운용 형태에 차이가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과 의회를 모두 국민이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가 내각을 구성한다. 의회는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어, 최근 한국 정치처럼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갈등 탓에 국정이 마비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시에는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를, 총리가 내치를 담당한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이 몰려있다는 점은 한계다. 의회가 행정부를 불신임할 경우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할 수 있지만 의회가 대통령을 불신임하지는 못한다. 비상사태 시 대통령은 비상대권을 발동해 모든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다수당에서 선출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분권 정치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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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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