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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사설] 수출 사상 최대, 어두운 시국 속 위안 준 한국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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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출이 6838억달러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9.6%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수출 순위도 세계 8위에서 6위로 뛰었다.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1419억달러로, 전년 대비 44%나 늘어난 것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품목의 수출이 급증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자동차 수출액도 708억달러로 2년 연속 700억달러를 웃돌았고, 선박(256억달러), 바이오(151억달러), 식품(117억달러), 화장품(102억달러) 등도 역대급 수출 실적을 냈다. 덕분에 2023년 100억달러 적자였던 무역수지가 518억달러 흑자를 냈다. 일본과 수출액 격차도 200억달러대로 좁혀졌다. 한일 간 수출 격차는 2008년 3600억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어 이제 몇 년 안에 일본을 역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새해엔 대외 여건이 밝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발 보호무역 태풍과 중국의 수출 덤핑 확대 등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4%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력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더욱 거세져 우리의 수출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높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속에서 오로지 수출 외바퀴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고, 계엄 이후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돼 자영업과 서민 경제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기업의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가속화된다면 새해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수 침체 심화 속에서 수출마저 꺾이면 한국 경제는 급속히 위기 국면에 빠질 것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수출 호조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부터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는 대외 통상 외교를 강화해 미국발 관세 폭탄, 중국발 덤핑 공세를 막아낼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시국에서도 온 국민에게 위안을 준 수출의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미래 수출 산업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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