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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일사일언] 돈가스와 가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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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의 식문화를 즐기는 일본인으로서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돈가스는 한일 양국의 식당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츠동(돈가스 덮밥)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돈가스 전문점이나 경양식집에서 가츠동을 팔지 않는다. 반면 일본에서는 돈가스 전문점은 물론이고 소바집, 일본식 덮밥 체인점, 동네 식당까지 많은 곳에서 가츠동을 내놓는다.

가츠동이란 돈가스 위에 간장 베이스 국물로 졸인 양파와 계란 반숙을 얹어 먹는 덮밥이다. 일부러 오래 끓이지 않고 계란을 반숙으로 익히는데, 이건 일본인이 날달걀을 밥에 얹어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살짝 끓여낸 가츠동은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이 아직 살아 있고, 일본인은 그 절묘한 식감을 좋아한다. 일식의 주재료인 간장으로 만드는 가츠동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먹는 서민적인 음식이다.

일본 현지 돈가스집에서는 돈가스 정식과 가츠동이 양대 산맥과 같은 기본 메뉴다. 가볍게 한 끼를 먹고 싶은 사람은 가츠동을 선호한다. 보통 돈가스 정식보다 단품으로 나오는 가츠동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가츠동을 일종의 패스트푸드처럼 먹곤 하는데, 먹을 때도 그릇을 들어 입 가까이 갖다 대고 단숨에 후루룩 ‘흡입’한다. 필연적으로 회전율이 높아지니 가게 입장에서도 이득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 진출한 모 일본 가츠동 체인점은 몇 년 영업하다가 텐동(일본식 튀김덮밥) 체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이를 보면 한국에서 가츠동이 인정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지금도 일식집이 한국에 늘고 있지만, 가츠동은 새롭지 않아서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텐동이 몇 년 새 인기를 끌었듯이, 오래된 음식이 새롭게 재발견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 사랑받는 가츠동 스타일이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국에서도 가츠동의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에노모토 야스타카·'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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