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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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차기 CEO는 강 회장과 가깝다고 평가받는 인사들이 내정됐다. 또 퇴직한 지 수년이 지난 올드보이(OB)의 복귀도 여전히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농협중앙회-농협금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며 대대적인 검사를 진행했으나, 중앙회의 인사 입김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회장 후보에 내정된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31기로 관료 출신이다.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기재부 경제정책부장과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농협금융 회장은 주로 정권 코드에 맞는 관료 출신이 선출됐다. 최종까지 이 내정자와 경합했던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은 행시 30기다. 정부 관리·감독과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번에도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관료 출신을 선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내정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강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코드 인사’라는 분석이 농협 안팎에서 나온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농협금융 계열사 9곳 가운데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보, NH아문디자산운용,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의 CEO가 교체됐다. 농협손보와 NH저축은행의 경우 임기가 남은 기존 대표가 농협중앙회의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 진주 출신인 강태영 농협은행장 내정자는 강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 내정자와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 내정자는 각각 경북 청도와 합천 출신이다. 핵심 계열사 3곳 대표 내정자 모두 경남 합천 출신인 강 회장과 동향이라는 접점이 있다.
강호동 체제에서 반복되는 퇴직자 재취업 인사도 진행됐다. 송춘수 내정자와 김장섭 NH저축은행 대표 내정자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복귀했다. 두 내정자는 2023년 각각 농협손보와 농협생명의 부사장을 끝으로 농협을 떠났었다.
과거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를 봤을 때 퇴직 인사가 계열사 CEO로 복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강 회장 취임 후 진행된 49명의 농협중앙회 고위직 인사가 모두 강 회장 선거 캠프와 관련된 퇴직자다. 이 중에는 2016년에 퇴사했다가 8년 만에 복귀한 인사도 있다.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박병희 농협생명보험 대표, 송춘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내정자. /각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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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편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선임을 놓고 강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갈등이 드러나자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 인사를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추천했는데, 이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인사 갈등으로 번졌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관여하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농협중앙회가 비공식 채널로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부당한 인사 관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사 절차에 대한 경영 개선만 요구하고, 징계는 내리지 않았다. 금감원의 개선 요구에도 이번 농협금융 인사에서 대대적인 강호동 코드 인사가 진행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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