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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엄마, 꿈에 놀러와 줘" 눈물자국 선명한 손편지들…공항에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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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머니투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인 지난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 계단에서 시민들이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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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말들을 적은 '포스트잇'이 유가족을 비롯해 추모객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2일 뉴스1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1~2층 연결 계단 난간에는 희생자를 향한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찼다.

이번 참사로 엄마를 잃은 한 유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어떤 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는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다가 우리 보고 싶어지면 꿈에 놀러 와 줘. 다음에도 우리 엄마 해 줘. 내가 잘할게. 예쁜 딸내미가"라고 적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엄마 왜 나 두고 갔어. 많이 보고 싶어. 평생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쩌지. 나는 아직 엄마를 보낼 준비가 안 됐어"라는 짧은 편지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던 한 아들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조금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적었다.

그는 "엄마 심심하지 않게 계속 연락할 테니 계속 나 지켜봐 줘"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한 유족이 적은 포스트잇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히 남기도 했다. 이 유족은 "엄마 오늘 나랑 놀러 가기로 한 날인데 뭐하고 있어? 엄마 고생만 하다가 이제 좀 쉬네. 나 엄마 없이 해본 게 없는데 잘 할 수 있겠지? 나 뭐 하는지 엄마가 하늘에서 잘 지켜봐야 해. 엄마처럼 사람들 도우면서 살게. 엄마 보고 싶어. 사랑해"라고 적었다.

한 어린 유족은 친척에게 손편지를 썼다. 이 유족은 "손편지는 처음 쓰지만 한번 써볼게요. 애들 잘 보살필 테니 거기서 걱정 마시고 푹 쉬세요. 평생 기억할게요. 제 결혼식도 꼭 보러오세요"라고 했다.

부지불식간에 생때같은 자녀들을 떠나보낸 부모들도 포스트잇에 한 글자 한 글자씩 그리움을 눌러 담았다.

한 유족은 "왜 엄마 아빠를 두고 너 먼저 가느냐.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 사랑하는 내 딸. 하늘에서는 행복해라"며 공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의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도 빼곡했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그곳에서는 가장 편안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등 문구들이 계단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계단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나눠줬다.

이 씨는 "서울에서 혼자 내려왔다"며 "따뜻한 마음이 유가족과 희생자분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이 작은 추모의 메시지라도 보며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을 뚫고 나가 방위각 시설이 있는 둔덕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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