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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취임…“권력의 자의적 지배 배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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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한창(왼쪽) 및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 및 시무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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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창(60·사법연수원 18기)·정계선(56·27기) 신임 헌법재판관이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취임식에서 각각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해야 한다” “난국을 수습하겠다”며 약속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헌법재판소는 종전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가 돼 향후 각종 심판 심리·선고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조 재판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잇따르는 탄핵심판 등을 언급했다. 헌재엔 현재 윤석열 대통령 및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건 등 총 10건의 탄핵심판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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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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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겠다”고 했다.

조 재판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 알비 삭스의 책 ‘블루 드레스’를 인용하며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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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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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판관은 “우리는 격랑 한가운데 떠있다. 헌재는 지금 연이은 초유의 사태와 사건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침착하게 중심을 잡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기대어 신속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재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국을 수습하고 희망을 찾는 위대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법재판소의 한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재판관은 취임사 말미에 즉흥적으로 “재판관 3인이 임명될 줄 알고 취임사를 짧게 준비했다”며 “빨리 한 자리의 공석이 메워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조·정 재판관은 이날 취임식 뒤 즉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 중인 전원재판부 등에 합류하고, 예정된 재판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3명 가운데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 재판관과 여당(국민의힘)이 추천한 조 재판관을 임명했지만 마은혁(야당 추천)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두 재판관의 임기는 2030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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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오른쪽 세 번째부터), 김형두, 정계선, 문형배, 조한창, 이미선, 정정미, 김복형 헌법재판관 등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 및 시무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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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창 재판관 취임사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국가적으로 엄중하고 비통한 시기임에도 저를 축하하고 격려해 주시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무안국제공항 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광스러운 자리이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헌법적 가치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천부적 권리를 확인하고 이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탄생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에,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 역시 기본적으로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 왔습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국민들로부터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우뚝 섰습니다. 이는 선배 재판관님들을 비롯해 전·현직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들이 묵묵히 그 사명을 다 해오셨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사회가 고도로 분화되고 발전하면서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 역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지역·성별·세대 간 갈등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치적·이념적 대립,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는 일들이 빈번해 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새로운 유형의 복잡한 사건들로 인한 심리지연이나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헌법재판관이 되면 제일 먼저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 앞에서 재판관으로서 ‘정의’와 ‘공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일이고 헌법재판관의 소명과 책무라는 각오로 앞으로 6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하겠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통한 기본권 보장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배려와 공감을 기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설득과 포용의 자세로 선배·동료 재판관님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리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습니다. 애정어린 조언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오래 전에 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이었던 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라는 책 중에서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제 각오를 다시 한 번 더 굳게 다지는 것으로 취임사를 마치겠습니다.

이러한 제 스스로의 다짐의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정계선 재판관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님, 헌법재판관님, 그리고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비통함을 금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귀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격랑 한 가운데 떠 있습니다. 연이은 초유의 사태와 사건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침착하게 중심을 잡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기대어 신속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잘 보고 골고루 듣고 중지를 모아 헌법이 가리키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저는 오늘 우여곡절 끝에 헌법재판관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 힘든 상황에서 소임을 다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섭니다만,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계셔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출발하려 합니다.

최선을 다해 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법재판소의 한 구성원,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나아가는 믿음직한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슬픈 난국을 수습하고 희망을 찾는 위대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따라가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이 인사가 평범하게 들리는 일상이 하루 빨리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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