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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드라마,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에 못질... 안동시 “원상복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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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새 드라마, ‘문화재 훼손’ 목격담... KBS “확인 중”

조선일보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에 못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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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의 기둥에 못질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건축가 민서홍 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산서원에 들렀다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공영방송이 드라마 촬영을 목적으로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차량과 드라마 스태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병산서원 기둥에 등을 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을 대표하는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요 사적 중 하나다.

민 씨는 2일 좀 더 구체적인 당시 상황과 대응에 대한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병산서원에 들렀다가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라며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라고 적었다.

민 씨에 따르면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고 대응했다.

이후 민 씨는 직접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고, 시청의 담당 공무원에게서 ‘촬영 허가를 내줬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가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자, 공무원은 당장 철거를 지시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 씨는 실제로 시청 측의 조치가 이뤄졌는지 다음 날 전화해 알아봤지만, 담당 공무원은 “촬영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관리사무실에 연락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최초 신고했을 때 적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 사후 관리하기를 바랐지만, 역시 충분한 조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KBS 측은 이날 언론에 드라마 제작진의 문화유산 훼손 의혹과 관련해 “해당 사항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안동시와 병산서원 측은 당일 오후 4시쯤 상황을 파악하고 KBS 제작진에 원상 복구를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촬영 허가는 했으나 문화재에 어떠한 설치를 한다는 건 협의가 이뤄진 바가 없다”며 “촬영 허가 조건으로 문화유산에 훼손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시 문화유산과는 현장 점검 후 추가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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