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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왜 오페라 속 의사는 모사꾼으로 그려질까…인문학을 만난 음악[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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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음악과 이미지
박찬이 지음
풍월당 | 576쪽 | 6만5000원

오페라 애호가라면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의 내용과 유명한 아리아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어떤 성악가의 목소리로 녹음된 음반인지, 오케스트라와의 밸런스는 어떠했는지 등 음악적 요소에 대한 취향도 분명할 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은 있는가. 세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갈등의 본질이 되는 핵심인물들이 의사(혹은 의료인)라는 점, 그리고 이들 작품에서 왜 의사는 치료라는 숭고한 사명 대신 모사와 협잡을 일삼는 불한당으로 나오는지 말이다. 저자는 극음악 속 부정적인 치유자의 이미지가 어디서 기원하는지 그 연원을 찾아 인문학과 예술의 바다를 헤엄친다.

클래식부터 재즈, 팝까지 두루 쓰이는 악기 바이올린은 떠돌이 혹은 악마의 손에 들려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도구로 취급받았던 때도 있다. 그러다 왕의 악기로 찬사를 받는 등 사회적 이미지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경향신문

앙리 마티스 ‘창가의 바이올리니스트’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대한 작곡가 바흐가 서거했을 당시 그를 추도하는 수식어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였다. 현대인들에겐 다소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더할 나위 없는 표현이었다. 책에 수록된 여러 장의 사진과 그림을 통해 웅장한 오르간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모습만으로도 왜 오르간이 악기 중의 악기인지, 신의 목소리라고 찬사받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라며 시각 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복합적인 관점과 색다른 호기심으로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길을 끄는 것은 433개에 이르는 도판이다. 회화작품, 악보, 각종 사진자료를 통해 음악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점도 흥미롭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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