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달러당 원화 환율은 15년여 만에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외환 당국자들이 구두 개입 등 총력전을 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 정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줄임으로써 더 이상의 외환시장 혼란은 막고 있다.
문제는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태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과 총리가 탄핵당한 상황에서 또 탄핵이 이어진다면 과연 정부가 작동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 리스크에 따라 국가 신용 등급이 내려갈 수 있는데 이건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가 굉장히 어렵다. 오랜 기간이 걸리고 비용이 너무 크다”고 했다. 현재 많은 기업도 국가 신용 등급 강등에 따른 추가 비용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 신용 등급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해 왔다.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을 때만 해도 국제 신용 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자 환율이 급등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들은 “정치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가 신용도, 해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최근 연립 정부 붕괴라는 정치 불안 때문에 신용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국내 기업과 기관의 외화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 한국은 유로존이란 방어막이 있는 프랑스보다 더 위험하다.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 위기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저질 정치가 경제를 더 이상 망가뜨려선 안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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