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팹리스(fabless·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대표적인 ‘반도체 동맹’ 사례다. 엔비디아는 AI 칩 설계만 하고 반도체 제조 대부분은 TSMC에 맡긴다. 이런 반도체 동맹은 스마트폰·서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AP(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장 1위인 대만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도 스마트폰의 AI 성능을 높이는 반도체를 설계하면 실제 제품 생산은 TSMC에서 한다. 미디어텍은 과거 삼성전자 등에 중저가 통신 모뎀 칩을 공급하던 수준이었지만, 이런 분업화 시스템을 통해 대만 최대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팹리스 매출 상위 10곳 중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 등 3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60%에 이르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TSMC와 강력한 분업 체계 덕분”이라고 했다.
AI 시대 이후 팹리스 업체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브로드컴은 지난달 13일 반도체 기업으로는 엔비디아·TSMC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주로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연결)에 쓰이는 중저가 통신 장비 칩을 개발했는데, 최근 챗GPT 같은 AI에서 데이터 처리를 돕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며 대표적인 AI 반도체 수혜 기업이 됐다. 브로드컴은 지난해에만 주가가 110% 넘게 상승했다. 시총도 퀄컴(1707억달러)의 6배에 달한다.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세트로 합치는 패키징 전문 업체들도 각광받고 있다. AI 칩 공정이 미세화되고 생산 비용이 올라가면서 고성능 칩을 생산하는 데 한계에 이르자 여러 반도체를 연결하는 고난도 기술이 중요해진 것이다.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 ASE는 최근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의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최인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