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무안보다 둔덕 2배 높아
규정 위반 지적 쏟아지는데
국토부는 원론적 입장 되풀이
규정 위반 지적 쏟아지는데
국토부는 원론적 입장 되풀이
2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남단 끝에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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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포함한 항행안전시설과 관련해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현지 실사를 시작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지은 방위각시설이 이번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며 뒤늦게 점검에 나선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사고의 발단이 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예방과 관련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지난해 초 구성하고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주종완 국토부 항공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 나서며 “방위각시설 등 항행안전시설과 관련한 전국 공항 현지 실사는 오는 8일까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은 ‘공항 용지 내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돼야 한다’는 규정에서 벗어나 2~3m 콘크리트 둔덕에 설치됐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오버런(활주로 초과 제동)할 경우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사고 항공기는 동체 착륙에는 성공했지만 감속하지 못하고 질주하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방위각시설이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설치된 곳은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여수공항과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이 있다. 심지어 여수공항 둔덕의 높이는 무안공항의 2배에 달한다.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둔덕을 두고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도 국토부는 적법성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주 실장은 “기존과 같은 입장이다. 일단 법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며 “다만 국제민간항공기구 등 다른 규정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무안공항 설계용역 입찰공고 때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침의 적용 대상은 둔덕 위의 구조물에만 한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 실장은 “개량공사 설계용역은 둔덕 위에 레일(레이더) 등 기초대를 개량 설계하면서 부러지기 쉽도록 고려하라는 취지였다고 당시 발주처인 한국공항공사 의견”이라고 말했다. 즉 부러지기 쉬워야 하는 대상이 둔덕과 콘크리트 지지대가 아니라, 둔덕 위 구조물인 것이다. 개량사업 발주는 한국공항공사가 했고, 사업 승인은 부산지방항공청이 내줬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 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은 예상보다 하루 일찍 완료됐다. 당초 3일까지 작업이 예상됐으나 사고조사위원회에서 밤샘 작업을 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유가족 지원도 확대된다. 우선 세금 납부 기간 연장·유예가 결정됐다. 긴급생계지원금 지급이나 특별 휴가 및 휴직 등과 같은 지원 조치도 관련 기관 간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기로 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월 학계·현업 전문가로 구성된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 워킹그룹을 만들었지만 그달 가진 첫 모임 이후 활동이 중지됐다. 워킹그룹이 활발히 가동돼 조류 이동 관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조류 이동 사전 예측 모델 등이 업그레이드됐다면 전국 공항을 위협하는 조류 충돌 환경이 좀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전문가 워킹그룹은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가 국내외에서 심상치 않게 발생하자 출범했다. 워킹그룹 출범을 주도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3개월 뒤인 지난해 4월 중도 사퇴했고 후임자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수장 공백이 워킹그룹 활동 동력을 떨어트리는 등 조류 충돌 예방 노력을 미흡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 운행 중 항공기 엔진이나 동체에 조류가 부딪혀 발생하는 조류 충돌은 엔진 손상이나 동체 파손을 일으켜 대형 인명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류 충돌은 여객기 이륙 시 고도 500피트(약 150m), 착륙 시 고도 200피트(약 61m) 공항 권역 내에서 발생하면 공항공사 담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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