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플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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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플랫폼 스타트업 창업자가 한 말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받는 질문이 늘 비슷하다고 했다. "어떻게 경쟁사와 차별화할 건가요?" "수익은 언제 낼 수 있나요?" 피곤한 얼굴로 그가 말을 이었다. "모든 투자자가 같은 걸 물어보는데, 저는 사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의 말을 듣다가 문득 신문사 기자들이 떠올랐다. 기자들은 '단독'이란 두 글자에 민감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특종은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찾지만, 때로는 그 욕심이 기자를 망치기도 한다.
특히 '빨리 써야 한다'는 강박이 치명적이다. 더 취재할 것이 남았는데도 경쟁사가 먼저 쓸까 봐 서두르다 헛발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넣거나, 맥락을 놓치거나, 때로는 오보를 내기도 한다. 진실보다 속보가 우선되는 순간이다.
이는 마치 조급증에 걸린 스타트업과 비슷하다. '남들보다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거나,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무리하게 추진한다. 2004년 황우석 사태가 특종 경쟁의 비극을 보여줬다면, 2022년 테라-루나 사태는 무리한 혁신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 말하는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경쟁은 패자의 게임"이라고 잘라 말한다. 승자는 애초에 경쟁이 없는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치 단독 기사를 쓰는 기자처럼, 아무도 보지 못한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동네 치킨집들을 보자. 비슷한 가격, 비슷한 맛, 비슷한 배달 시간으로 경쟁한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적은 마진을 감수하며 살아남으려 애쓴다. 어떤 집은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내세우고, 다른 집은 무료 콜라를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마치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쫓아다니며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들처럼 말이다.
반면 구글을 보자. 검색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마치 특종을 터뜨린 기자처럼, 그들은 이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같은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검색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이런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경쟁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잘못된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경쟁사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수익화에 대한 조급함도 마찬가지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두른다. 수익화를 서두르고, 성장을 서두른다. 투자자들의 압박도 있고, 생존에 대한 불안도 있다. 하지만 틸은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수익 모델을 파괴하는 데서 시작된다."
페이스북을 보자. 저커버그가 하버드 기숙사에서 시작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 수익화 계획은 없었다. 대신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단 하나의 미션에 집중했다. 광고 수익? 그건 나중 문제였다. 먼저 사람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전기차 자체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전기차는 그 시작일 뿐이었다.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 시스템, 충전 네트워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마치 특종 기사 하나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언론계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본다. 성공한 언론사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탐사보도로, 누군가는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누군가는 생활밀착형 뉴스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든다. 그들은 더 이상 실시간 검색어를 쫓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만의 아젠다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자신만의 '단독'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틸은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숨겨진 비밀을 찾아라.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라. 마치 좋은 기자가 남들이 보지 못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낯선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버는 "낯선 사람의 차를 탄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째, 작은 시장에서 시작하라. 처음부터 거대한 시장을 노리지 마라. 페이스북이 하버드에서 시작했듯이, 작지만 확실한 영역을 장악하라. 아마존도 처음에는 책만 팔았다. 작은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뒤에야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다.
셋째, 미래를 보라. 현재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마라. 진정한 혁신가는 10년, 20년 뒤의 세상을 그린다. 마치 시대를 앞서가는 탐사보도처럼 말이다. 지금 당장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당연해진다.
수익화도 마찬가지다. 너무 서두르면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틸은 "수익은 당신의 가치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수익화가 너무 이르면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 있고, 너무 늦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는 마치 기자가 특종을 다루는 방식과 비슷하다. 좋은 기자는 특종을 발견하면 바로 기사를 쓰지 않는다. 더 깊이 취재하고, 더 많은 증거를 모으고, 더 넓은 맥락을 파악한다. 그래야 진정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틸은 이런 균형을 위해 몇 가지 더 조언한다.
첫째,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라. 당장의 수익보다 10년, 20년 후의 가치를 생각하라. 아마존이 10년 동안 적자를 감수한 것처럼 말이다.
둘째, 네트워크 효과를 노려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델을 만들어라. 페이스북이 그랬고, 카카오가 그랬다.
셋째, 고정비용은 높되 한계비용은 낮은 비즈니스를 설계하라. 초기에는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라. 구글이 바로 그런 예다.
결국 스타트업이든 언론이든, 진정한 가치는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데서 온다. 피터 틸이 기자였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든 기자가 쫓아가는 보도를 하지 마라. 아무도 보지 못한 이야기를 찾아라."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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