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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일본은 '급가속 방지장치' 의무화 … 치매 판정땐 면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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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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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날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운전자 김 모씨(74)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고령 운전자 관리에 대한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내 모든 자동차에 자동 제동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치매 운전' 사고 방지책을 다각도로 마련 중인 일본 등 선진국의 대응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매일경제가 한국과 일본의 고령 운전자 관리 방식을 비교해본 결과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일본의 '모범 사례'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이다. 액셀로 급가속하면 엔진으로 출력이 가지 않아 차량이 움직이지 않게 하는 장치로, 2012년부터 옵션 형태로 차량에 장착해 보급을 시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 장치가 부착된 '서포트카(사포카)' 구매 시 최대 10만엔의 보조금을 주며 구매를 적극 유도해왔다. 2020년부터는 사포카만 운전할 수 있는 별도의 면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연내 사포카를 '의무화'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국 생산 차량에 대해 신차는 2021년 11월부터, 기존 생산 차량은 올해 12월부터 해당 기능을 의무 적용하도록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 고령 운전자 차량의 80%에 탑재돼 있고 사고가 절반으로 주는 등 효과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아직 장치를 만드는 기업이 없지만 기술 난도가 높지는 않다"며 "보조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아 정부에서 서둘러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의 평가 항목에 올해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장착 여부를 추가하기로 했다. 제조사 '자율'에 맡겨 자발적 장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보다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도 장착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면 이를 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 방식도 일본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한국의 고령화 추세가 시차를 두고 일본의 고령화를 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8년 전인 201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고령자 운전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한 바 있다. 치매로 최종 판정되면 운전면허를 취소·정지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일본은 71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 면허 갱신 주기 규정은 65~75세 5년, 75세 이상은 3년이다. 한국의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일본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촘촘히 할 뿐만 아니라 갱신 요건도 깐깐하다. 면허 취소·정지 요건이 한국보다 엄격하다.

여기에 일본은 운전자가 70세가 되면 면허 갱신 조건을 더 까다롭게 운영해 면허 갱신 때 운전면허사업소 등에서 '고령자 강습'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한다.

이후 기본 신체기능 검사도 강화해 진행한다.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갱신 때 '인지기능검사'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운전자가 해당 검사에서 치매 판정을 받으면 1개월 내에 반드시 정식검사를 받아야 하며, 의료기관에서 치매로 판정되면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운전면허가 취소 또는 효력 정지된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하게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에서 치매인지선별검사(CIST)를 받도록 돼 있다. 다만 치매 판정을 받더라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아오거나 운전적성판정위원회 검증 등을 거치면 운전을 할 수 있다.

[박동환 기자 /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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