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막판 거침없는 행보에 미국 정가에서 비판 일어
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 장관의 목에 ‘대통령 자유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인 이 메달은 이날 총 19명에게 전달됐다. 수훈자 대부분이 친(親)민주당 성향 인사들이어서 ‘내 사람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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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막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親)민주당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훈장을 무더기 수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마지막 ‘선물 보따리’로 8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 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데 이어, 석유 생산 확대를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시추 제한을 못 박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대선 직전까지 여론을 의식해 각종 현안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정가에선 바이든이 마지막으로 ‘내 사람’과 업적을 챙기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바이든은 4일 백악관에서 2016년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 장관, 진보 진영의 오랜 후원자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 19명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했다. 다방면에서 미국에 기여한 민간인에게 대통령이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이다. 수훈자 명단을 보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 장관, 스포츠계의 대표적 민주당 지지자인 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에서 뛰는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 등도 명단에 들었다. 바이든은 지난 2일에도 리즈 체니 전 하원 의원 등 20명에게 둘째로 높은 훈격의 ‘대통령 시민 훈장’을 수여했다. 트럼프의 공화당 내 정적(政敵)인 체니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4일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은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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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한 마지막 지원으로 80억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도 의회에 제안했다. 판매 목록에는 전투기와 공격용 헬리콥터 탄약, 통합정밀직격탄(JDAM) 등 민간인 피해 우려에도 이스라엘이 요구해 온 살상 무기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임기 내내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하라’는 진보 진영의 압박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무기 판매 중단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오랜 동맹에 대한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면서도 “의회의 일부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은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강행하려는 행정부에 분노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대선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7일 90억달러(약 13조2500억원) 규모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25억달러 규모 군수 지원 계획을 추가로 내놓으며 “계속해서 가능한 한 빠르게 많은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시추를 금지하는 조치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3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이 대서양·태평양·멕시코만 동부에 걸친 6억2500만에이커(약 253만㎢) 면적의 미국 연안에서 시추권 거래를 불가능하게 하고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시추를 금지할 수 있지만,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이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이 후임자(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구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식이 열리는 20일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기(弔旗)를 걸기로 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말 카터가 사망하자 트럼프를 향해 “카터에게 품위를 배워야 한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날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완전히 엉망진창”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일을 두고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리처드 하스 전 외교협회장은 4일 “경제·외교 측면에서 모두 나쁜 결정이고 (동맹을 중시한) 바이든의 유산에 오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친(親)노동이라는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국내 정책 고문들과만 논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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