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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만물상] 직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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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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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근교의 소도시 누아시엘(Noisiel)은 160년 전 한 초콜릿 기업가가 만든 유토피아형 신도시다. 초콜릿 공장 주변에 사원 주택 311채를 짓고, 단돈 1프랑에 분양했다. 주거 단지 안에 무료 탁아소·학교를 짓고, 도서관까지 갖춘 복지회관을 배치했다. 마을 식당에선 근로자와 가족들에게 아침 식사를 매일 공짜로 제공했다. 1차 세계대전 여파로 기업이 쇠락하면서 유토피아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도시’라는 말이 있다. 모든 기술 혁명과 혁신은 도시라는 종합 플랫폼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위대한 건축가들은 이름을 남기기 위해 혁신적 미래 도시 구상을 내놓곤 한다.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100년 전 파리 중심부에 고층 타워를 18개 짓고, 8만명이 거주하는 ‘부아쟁 계획’을 발표했다.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와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 차도는 지상 5m 고가도로로 만들어 보행 공간과 분리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고층 아파트 구상을 싫어했다.

▶르코르뷔지에가 꿈꾼 마천루 도시는 미국 뉴욕에서 완성됐다. 1931년 102층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꿨다. 초고층 건물은 1854년 오티스가 뉴욕 세계박람관에서 첫선을 보인 ‘엘리베이터’로 가능했다. 이 덕에 뉴욕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변신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스마트 도시’ 개념을 등장시켰다. 도시 기반 시설에 IT를 접목시켜 생활 편리성을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 중인 ‘네옴 시티’가 대표적이다. 길이 170㎞, 폭 200m의 유리 도시에서 물류 이동은 지하 철도망을 활용하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1년 내내 도시 내 기온을 완벽하게 조절한다. 수직 농법을 통해 식량도 100% 자급자족한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미국 CES에서 AI가 모든 도시 기능을 제어하는 ‘우븐 시티’(Woven city· 織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내 이동은 자율주행차로, 도시 간 이동은 공중교통(UAM)을 이용하며, 택배는 드론이 한다. 파출부 로봇이 가사를 돕고, 반려견 로봇이 산책을 함께 한다. 1단계 공사가 끝나 올가을 도요타 직원 36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도요타 AI 도시는 거주민을 2000명까지 늘려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홈 연구 산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요타의 스케일과 추진력이 놀랍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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