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 참여자들에게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장면. (엑스 이용자 닉네임 '무리야난 @muriyanan'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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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한 건물 1층 갤러리에서 편의를 제공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훈훈하다"고 입을 모았다.
5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 씨는 "참여, 행위예술 하는 거 아니고 필립파레노 인물 모형들 아니고 한강진역 시위하러 온 사람들이 몸 좀 녹이고 쉴 수 있게 빌딩 개방해 준 장면"이라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이 사진은 게재 하루 만인 6일 기준 9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속에는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1층 갤러리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 폭설까지 내리자, 해당 빌딩 측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기꺼이 갤러리를 개방했다.
시민들은 작품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담요를 깔고 누워있거나 은박지를 이불처럼 덮어 몸을 녹였다. 당시 경비원은 "작품 앞에 있는 선을 넘으면 경보음이 울린다"고 안내하면서 시민들이 쉴 수 있게 했다.
특히 해당 갤러리에는 고(故)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 '선덕여왕'과 더불어 영국 조각가 앤서니 카로, 이탈리아 디자이너 에토레 소사스 등 예술품 50여점 전시돼 있어 평소 철저하게 관리되는 곳이라고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1층 갤러리 모습(왼쪽),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님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 참여자들에게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장면. (엑스 이용자 닉네임 '@whistle_chowon' / 진보당 엑스 계정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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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이게 진정한 의미의 미술관 아닐까. 완전 무한한 가능성, 시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작품이 전시된 곳이라 사람들 들여보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민주주의는 예술 작품과 구별할 수 없다", "전시된 작품 가격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할 텐데 개방하다니 대단하다", "백남준 작가 작품 포함 고급 조형물과 미술품이 많아 외부인 출입이랑 아무 데나 앉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셨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더 고맙고 감사한 마음", "시민들에게 기꺼이 문을 내어주신 건물주 당신이 진정한 민주 문화인" 등 가슴 따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건물 갤러리 외에도 집화 참석자들에게 선뜻 공간과 화장실을 내어준 곳이 또 있다. 바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다.
이 수도회는 여자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화장실을 개방했으며, 참석자들이 몸을 녹일 수 있게 난방을 가동한 쉼터를 제공했다. 또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신부님이 직접 나서 응원봉을 흔들며 참석자들에게 화장실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장면이다. 응원봉을 든 신부님 뒤로 참석자들이 뒤따라가는 사진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성화의 한 장면 같다. 현대니까 응원봉인 거지. 중세로 따지면 횃불이나 등불 아니냐", "그야말로 어두운 밤, 길 잃는 밤에 양들과 함께 나아가는 목자의 모습", "성스럽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향해 인도하는 것 같다", "이런 게 종교의 순기능", "뭉클하다", "올해의 퓰리처상이다" 등 글을 남겼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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