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8 (수)

“아무것도 안 하는 나, 빌려줄게”…연 1억2000만원 번 남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쇼지 모리모토가 의뢰인이 원하는 공원 자리를 맡아둔 모습./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빌려주는 역할로 연간 1억원 이상의 큰돈을 버는 일본 4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6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진 쇼지 모리모토(41)가 독특한 대여 서비스로 2023년 한 해 동안 8만 달러(약 1억1600만원)를 벌었다고 전했다.

모리모토는 2018년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직장 상사로부터 “회사에서 가치 있는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모리모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리모토는 의뢰 내용에 따라 마라톤 결승선에서 주자를 기다리거나, 고객이 집안청소를 하는 동안 화상통화를 받거나, 고객의 친구 대신 콘서트에 동행하는 등 그저 고객이 원하는 곳에 머무는 역할을 한다.

그는 “뜨거운 햇볕 아래 줄을 서거나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서 있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만 있는 파티에 가기도 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며 “어려운 상황도 있지만 이 직업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가장 긴 의뢰 내용은 이른 아침부터 마지막 열차가 올 때까지 같은 철도 노선에 앉아 17시간 동안 열차를 타는 일이었다. 그는 “야마노테 노선(도쿄의 한 철도 노선)을 13바퀴 돌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쇼지 모리모토가 키즈카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종 모리모토에게 자신의 고민을 들어 달라는 의뢰도 온다고 한다. 이때도 그는 치료사 역할은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대답만 하며 의뢰인의 이야기를 경청할 뿐이다.

모리모토가 받은 이런 요청은 연간 약 1000건 수준이다. 모리모토는 2~3시간 세션에 대해 1만엔(약 9만원)~3만엔(약 27만원)의 요금을 청구하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에는 이미 여자 친구, 남자 친구, 가족 대행 등 다양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노무라 연구소의 컨설턴트 사카타 아이는 이런 문화에 대해 “사랑이나 결혼을 추구하지 않고 관계에 따른 번거로움도 원하지 않지만, 부담 없이 데이트를 하거나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최근 일본 사람들의 요구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히로시 오노 히토츠바시 대학 교수는 “사회적으로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많은 일본인이 대체로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며 “인간관계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리모토는 자신의 서비스가 특정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는 “고객을 만날 때, 고객과 함께 낯선 곳으로 갈 때, 그저 이야기를 들을 때 등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며 “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