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한남과 페미, 틀딱과 요즘것들…얼굴 없는 커뮤니티서 혐오 자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덕여대 사태·육아휴직에
“왜 여자만 해주나” 잇단 조롱


매일경제

지난해 11월 남녀공학 전환을 놓고 갈등이 벌어진 서울 동덕여대에 남녀공학 전환 반대 문구들이 선명히 남아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동덕여대 사태는 대한민국 남녀 갈등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사건이었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가 학교 밖 젠더 갈등을 촉발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소멸할지언정 남학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본관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거세게 저항하자 보수 남성 단체들이 시위 참여 학생을 폭도로 규정하고 ‘신상 털기’에 나선 것이다.

동덕여대 사태에 따른 남녀 갈등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일 없는’ 온라인에서 더욱 증폭됐다. 동덕여대 학생을 비하하는 조롱 글부터 ‘여대 출신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근거 없는 비난 글이 쏟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대의 존재 이유와 생존 위기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젠더 갈등만 부각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남녀 갈등은 진행형이다.

시민 100인과의 인터뷰에서도 남녀 갈등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학생 박세희 씨(24)는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남혐’이나 ‘여혐’ 표현 자체가 20·30대의 성별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실제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손가락 모양이나 퐁퐁처럼 남성과 여성을 비하하는 각종 표현이 무차별하게 사용되면서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있다. MZ세대인 권성원 씨(30)는 “극단적인 남혐·여혐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동질적 집단 내 소통만 증가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플랫폼 차원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남녀 차별도 우리 사회의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 대다수는 남녀 차별 문제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형국이지만 고위직의 경우 여전히 ‘유리천장’의 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남성 회사원 박 모씨(38)는 “직장의 고위직 진출 기회나 승진 속도에서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직장인 김 모씨(35)는 “여성은 임금 격차, 경력 단절 문제에서 차별받고 있는 반면 남성은 육아휴직, 병역 이슈 등으로 차별받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세대 갈등도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 이슈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평균 수명 증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정년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최현종 씨(23)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노동 가치가 전면 재검토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정년을 늘려 고령층을 일자리에 투입하자는 논의는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정년을 눈앞에 둔 회사원 최향숙 씨(59)는 “젊은 사람들 일자리를 생각하면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시민도 많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송선경 씨(28)는 “고령화사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회사 통신판매 직종에서 일하는 이기주 씨(32)는 “초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는데 정년은 그대로이면 가정을 꾸린 이후 20여 년밖에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좀 더 일해야 자녀나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