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특검 도입' 위해 전향적으로
與도 "독소조항 제외" 협상 가능성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특검, 김건희특검 등 재의표결 부결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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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다룰 내란특검법이 8일 국회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은 '9일 재발의'를 못박으며 속도전에 착수했다. 특히 야당이 독점했던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고 '제3자 추천' 조항을 수정안에 담기로 했다. 여당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오기 위해 국민의힘이 요구했던 내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이날 내란특검은 단 2표가 부족해 폐기됐다. 대신 수사 범위를 외환(外患)죄까지 확대해 법안을 재발의한 뒤 다음 주 본회의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여당에서도 "독소조항,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면 논의할 수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여야가 막판에 합의안을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내란 종식’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민주당은 내란특검에 당력을 쏟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함께 재의결에 실패한 ‘김건희 특검법’과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 재발의는 미루기로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 등이 무산된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이 아무리 우기고 방해해도 윤석열의 파면을 막을 수 없다”며 “신속하게 내란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을 내란특검법과 분리 대응키로 한 것은 여당의 '쌍특검법 프레임'을 깨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여당은 쌍특검법은 "보수궤멸특검"이라며 반발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수사 주체 간 혼선이 가중되는 등 특검 수사가 절박해진 만큼 여당도 내란특검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토권도 포기? 전향적으로 나온 민주당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특검, 김건희특검 등 재의표결 부결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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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여당이 반발해온 독소조항도 전향적으로 수정하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가장 문제가 된 야당 특검 추천 독점권부터 양보하기로 했다. 현재 내란특검법은 ‘민주당과 의석 수가 많은 비교섭단체(현재 조국혁신당)’가 특검을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하는 등 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을 두고 ‘위헌 요소가 있다’며 반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달 3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위헌 요소를 언급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야당 추천 독점권 포기’는 어려운 결단은 아니었다. 애초 김용민 원내정책수석이 발의한 원안에는 야당이 아닌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했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독소조항을 제외하면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지난달 30일 박형수 원내수석)며 협상 의지를 일찌감치 밝히기도 했다.
제3자가 추천하는 특검을 한번 더 거부할 수 있는 ‘야당 비토권’도 내줄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민의힘이 우려한 '방대한 수사에 따른 군사기밀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서 수사는 하더라도 언론브리핑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與 일각 "선제적 수정안" 제안도
국민의힘도 언제까지 특검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큰 데다가, 경찰·공수처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어 국정안정을 위한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친한동훈계인 한지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대통령 내란죄 수사는 명확하게 특검으로 진행해야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여당 의총에서도 선제적으로 여당 차원의 수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에 반대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보다는 먼저 대안을 역제안하는 편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날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늘어난 만큼, 협상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후순위로 밀린 김건희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난간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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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로 밀린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여권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를 제외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치적 부담을 느낀 ‘명태균 게이트’를 제외해 재표결에서 여당의 단일 대오를 최대한 무너뜨리겠다는 취지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명태균 게이트로 불거진 여당의 공천개입 논란까지 15개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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