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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美언론에까지 심리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김정은 편지’ 두고 전문가 “신빙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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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요 언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신년 메시지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하지만 내용이나 형식, 보관 형태를 봤을 때 가짜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파병 북한군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담긴 한글 편지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를 통해 입수해 보도했다. 편지에는 “새해도 강고한 전투 포화로 이어가고 있는 동무들의 헌신과 노고에 무슨 말을 골라 격려하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동무들이 정말 그립다.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주시오”는 메시지가 담겼다. 마지막에는 “부과된 군사 임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더욱 용기백배하여 싸워주기 바라오”라는 당부의 말도 담겼다.

    세계일보

    미국 주요 일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에 1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 파병군 앞으로 보낸 걸로 추정된다고 보도된 편지. 워싱턴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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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격전을 벌여온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견됐다. 편지 말미엔 ‘김정은’이라는 이름과 ‘12.31’이라는 날짜가 함께 적혔다. WP는 파란 잉크의 손 글씨로 적힌 이 편지에 대해 진위는 알 수 없다며 “평양에서 군인들에게 보냈거나, 지휘관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고 그것을 받아적은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진위를 의심했다. 우선 공개된 편지 형태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쓴 친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개된 김 위원장의 서명이나 글씨체와 전혀 다르다. 김 위원장이 수교국 정상과 해외 단체나 정당 등에 신년 연하장을 보내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국내 정치에도 활용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친필 편지를 아무 종이에 적어 전달할 리도 없다는 시각이다. 어느 대상인지는 몰라도 “빌고 또 빌고 있다”는 말도 다소 어색한 대목이다. 당국이 운영하는 종교시설이 없진 않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전통적으로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김일성·김정일만 신격화돼 있으며 김정은도 새로 신격화 반열에 올리는 우상화 작업이 한창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순간도 잊지 말아주시오”등 부탁하는 말투도 의아하다.

    세계일보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방명록에 남긴 글씨. 판문점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휘관이 구두로 전달한 메시지를 어느 병사가 받아 적은 것일 경우를 상정해도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존칭을 생략한 채 ‘김정은’이라고만 적은 것은 ‘불경죄’다. 북한에서 사회주의헌법보다 상위에 있으며 북한 사회의 일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유일사상10대원칙’이 있다. 10대원칙에는 최고지도자의 사진이나 책, 메시지를 정성을 다해 보관하는 방법까지 규정하고 있다. 10대원칙이 북한 주민 일반에 미치는 영향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자발적 충성도도 최근 약화됐다고 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파병돼 목숨을 걸고 전투 중인 병사들의 충성도를 감안했을 때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개된 편지 모습과 관련해 “존칭없는 최고 지도자, 허술한 보관 등으로 미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진위가 의심되는 북한군 파병 관련 시각 자료들은 그간 친우크라 매체나 민간단체, 우크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내에서 주로 독점 공개돼왔다.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과 관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다가올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총력전을 펼쳤고 전세는 한층 격화됐다. 종전을 앞둔 막판 심리전 일환으로 미국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매체를 통해 편지가 공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이선·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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