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와 군용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한 미국 워싱턴 인근 로널드레이건 공항과 가까운 포토맥강 위에 30일(현지시간) 여객기 잔해가 떠 있다. 미 해안경비대제공/AP연합뉴스 |
29일(현지시간) 밤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에서 여객기와 미군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충돌, 추락한 사고 발생 당시 공항 관제탑 인력이 부족했고 군용 헬기는 정해진 항로를 벗어난 상태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특히 사고 하루 전에도 비슷한 충돌 사고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혼잡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구조 당국은 탑승자 67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신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사고에 대해 “진정한 비극”이라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다양성 중시 채용 정책 탓으로 돌렸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오던 선수와 학부모, 코치가 사망자의 약 3분의1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계 10대 피겨 유망주 2명과 이들의 모친도 희생됐다.
존 도널리 워싱턴 소방청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이제 구조 작전에서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29일 밤 오후 8시53분쯤 워싱턴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가 훈련 비행 중이던 육군 헬기와 공중에서 충돌해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64명,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탑승해 있었으나 모두 숨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사고 직후부터 현장에서 밤샘 구조 작업을 벌인 당국은 현재까지 시신 28구를 수습했다고 CNN은 전했다.
여객기에는 캔자스 위치타에서 열린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청소년 선수들을 위한 캠프에 참석했던 약 20명의 피겨 선수와 학부모, 코치가 탑승해 있었다. 이중 한국계 미국인인 지나 한(13)과 한국 태생으로 미국에 입양된 스펜서 레인(16)도 탐승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슬프게도 생존자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수도와 역사에서 어둡고 괴로운 밤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기조에 따라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낮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연방항공청(FAA)의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우리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항공 안전 부문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조사의 초점은 혼잡도가 높은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충돌한 여객기와 헬기가 같은 고도에서 비행하게 된 경위에 맞춰지고 있다. NYT는 사안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4명을 인용해 군용 헬기가 승인된 항로를 이탈해 원래 고도보다 높이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FAA는 내부 안전보고서 초안에서 사고 당시 관제탑 근무 인원이 규정상 2명이 아닌 1명에 그치는 등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정치권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의회, 국방부 등 워싱턴 주요 시설과 인접한 레이건 공항의 입지 조건 때문에 항로 추가를 원하는 정치인들의 로비가 끊이지 않았고, 그 결과 공항의 혼잡 문제가 가중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항이 당초 연간 15만명 승객 이용이 가능한 규모로 설계됐으나, 2023년 기준 연간 이용객은 23만명이 넘었고 하루에만 항공기 820편이 이·착륙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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