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52시간 안되면 다 안된단 與 태도" 비판
이인영 "'몰아서 일하기' 실용도 아니고 퇴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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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정잼인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몰아서 일하는 게 왜 안되느냐"며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을 피력하자 양대 노총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다"는 등 격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한 이 대표의 '경제 우클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5일 '트럼프 2.0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토론회를 열고 삼성, SK 등 수출기업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최대 화두는 반도체 업계 전문직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여부였다. 비공개 회의에서 기업계 인사들은 각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보조금과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여야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는데, (여당이) 52시간 예외가 안 되면 다른 모든 것이 안 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예외 문제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도체법 전체를 발목잡기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법안의 목표가 100이었는데, 100을 다 달성하면 좋지만 50이라도 달성하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아예 출발을 하지 말자고 하면 안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52시간 예외 문제를 뺀 반도체법 처리를 먼저 진행하고, 쟁점은 추후 논의하는 단계적 입법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주 52시간 예외를 전향적으로 검토했다가 다시 입장을 후퇴한 것 아니냐는 등 오락가락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업계가 기업 현장의 의견을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 했을 뿐"(조승래 수석대변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주춤하는 배경에는 전통적 진보 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5선 중진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몰아서 일하기가 왜 안되느냐'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노동가치에 반하는 주장이자, 실용도 아니고 퇴행"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노동정책이 윤석열의 정책과 똑같아서야 되겠느냐"며 "단순한 우클릭은 오답"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환노위 소속 이용우 의원도 "연구개발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런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경쟁력 확보의 시작"이라며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에서도 혼선이 이어지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간담회를 열고 교통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일단 산업위와 환노위 연석회의 등 당내 의견수렴을 거치는 동시에 노동계 의견도 청취해 절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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