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남아공 정부가 백인 차별한다’며
지원 중단…“백인들 미국 정착 돕겠다”
백인들마저 “아무 데도 안 간다” 거절
남아공 정부 “허위 정보로 선전”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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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백인들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어 남아공 내 백인들에게는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정작 남아공 백인들은 이를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국가의 의사와 역사적 맥락은 무시한 채 일방적인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백인 단체인 아프리포럼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 백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면서도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너(남아공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집단) 노동조합도 “우리는 계속 이 땅에 머물 것이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남아공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를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남아공 정부가 ‘인종 차별적인 토지 몰수 정책’을 시행해 백인들을 억압했으며,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했다는 게 이유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너가 미국으로 건너와 재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과거 소수 백인 정권이 시행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의 영향으로 백인들이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는 등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6200만 남아공 인구 중 7%에 불과한 백인들이 전체 토지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백인 빈곤율은 1%지만 흑인들은 64%가 빈곤층이다. 이 같은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남아공 정부는 토지를 수용 및 재분배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달 개인 토지를 ‘공익 목적으로’ 보상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에 서명했다.
이에 남아공에서는 백인을 ‘인종차별 피해자’로, 토지 수용 정책을 ‘차별적 조처’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를 지적하는 반응도 나온다. 온라인상에는 “백인들을 이제 아메리카인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와인 농장이나 사파리 보호구역을 (토지 몰수를 피해) 대피시켜야 하나” 등 조롱 섞인 반응이 확산했다.
수도 요하네스버그 시장에서 일하는 한 시민은 “남아공에서 백인들이 학대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 말만 듣지 말고 남아공에 직접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최근 엑스(옛 트위터)에 “남아공 백인들은 소수민족” “남아공은 대놓고 인종차별적인 법을 두고 있다” 등 정부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남아공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외교부는 “다른 취약 지역에서 온 난민들은 거부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에서 가장 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집단에 난민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 트럼프 비난받은 남아공 대통령 “괴롭힘 당하지 않을것”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07084700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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