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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AI·관세전쟁 '발등의 불'…여야 합의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추경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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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에 민생경제 악화…추경 요구 커져

1순위는 내수회복…자영업자 지원·소비바우처 등 거론

여야, ‘AI 추경’도 공감대…일각선 “추경 요건 부합안해”

속도 중요한데 여야정협의체 연기 “편성권 쥔 정부, 적극 나서야”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권효중 기자] 고환율·고유가·고물가에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정부도 작년 말부터 이어진 계엄·탄핵정국과 올해 초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한국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자 수차례 ‘가용 재원 총동원’ 대응 방침을 천명해왔다. 하지만 ‘가용 재원’을 늘릴 추경은 여야 정쟁에 가로막힌 상황으로, 편성권을 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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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AI 개발지원에 중증외상센터까지

9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교착 상태를 빠지면서 추경 논의는 일단 멈춤상태다. 추경의 규모와 내용에 관한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수렴해 논의할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선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한 15조~20조원 규모의 편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30조원을 편성해야 한단 입장으로, 이재명 대표가 오는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30조원 규모를 제안한다. 내수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지원의 마중물이 필요하단 데엔 공감하면서도 추경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를 두고 입장이 갈린다.

하지만 이번 추경의 최우선 과제가 민생경제 회복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에 내수가 얼어붙고 있어서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2.2% 감소해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고환율·고유가 속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이른바 ‘나홀로 사장님’은 6년 만에 줄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은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소비가 움츠러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바우처도 1조원 정도 발행한다면 5000억원가량의 소비 창출 효과가 날 것 같다”고 봤다. 정부 관계자는 “설 명절과 2~3월에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수백억원을 추가 투입해 추석 등 하반기에 쓸 예산까지 끌어다썼다”며 “물가 부담을 낮추려면 재정여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민생경제 분야 추경에서 정부여당과 야당간 충돌이 예상되는 건 지역화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간판공약 중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하겠단 뜻만 밝혔을 뿐이어서,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을 다시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이 5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인데 소진하려면 상당히 남았다”며 “지역화폐 예산을 추가 편성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스타트업의 저비용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딥시크가 불러온 쇼크,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에 대응할 예산 역시 추경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특히 ‘AI 추경’은 여야가 앞다퉈 주장하는 바다. 국민의힘 AI 특위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AI 개발 지원과 민생 회복을 위한 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민주당 AI진흥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정동영 의원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 구비 예산을 포함한 2조원 규모를, 같은 당 소속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들은 5조원 넘는 AI 및 연구개발(R&D) 추경 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AI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인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에 부합하지 않는단 지적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론의 발단은 비상계엄이 야기한 경기침체인데 법 요건에 맞지도 않는 AI 추경이 왜 나오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은 추경안 편성시 야당의 올해 예산안 단독처리 때에 삭감된 예비비·특수활동비, 국고채 이자 상환액 등의 원상복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인기 속에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은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 운영비도 추경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 연속 세수결손’ 대응해야…속도전 필요

추경 때엔 국세수입 예산을 수정하는 세입경정도 이뤄질 수 있다. 2년 연속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벌써부터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짤 때에 올해 세금이 382조 4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 전망(333조 7000억원)보다 44조 7000억원 더 많다. 하지만 계엄사태 이후 국내외 주요기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는 등 올해 세입 여건은 녹록지 않다. 계획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만큼 세입예산을 줄이면, 추경 규모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경정까지 포함하면 역대급 수준인 4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며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적자로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는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편성과 집행 사이의 시간차를 고려하면 추경 논의에선 ‘속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오는 10일 예정됐던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기약없이 미뤄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자 회담을 통해 추경 등 주요현안에 관한 합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의제 조율 실패로 무산됐다.

예산안 편성권한이 있는 정부가 먼저 추경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는 예산에 최종 책임이 있는 부처이고 최상목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하고 있음에도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여야 합의만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추경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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