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한석훈 인권위원 “박근혜 탄핵 근거 상당부분 무죄로... ’졸속 재판’ 교훈 삼아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발표문을 읽고 있다. 이 소장 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主文·결론)을 선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1분이었다./오종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의견을 낸 국가인권위의 결정문에서 ‘박근혜 탄핵심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별개의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 중 상당 부분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판명된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19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한석훈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다수의견에 대한 별개의견으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한 위원은 “헌재의 재판진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를 따르는 것이라면 그 사건의 졸속재판이 그 후의 형사재판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점을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당시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선고됐다”고 했다.

    한 위원은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사유 중 나중에 그의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난 부분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자금 출연의 제3자 뇌물수수죄 및 강요죄,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한 모 기업(케이디코퍼레이션) 납품알선 강요죄, 현대자동차 그룹에 대한 광고제작 발주요구 및 직권남용죄 및 강요죄, KT에 대한 (플레이그라운드) 홍보담당 임직원 채용 요구 및 광고발주 요구 직권남용죄 및 강요죄, GKL에 대한 장애인 펜싱팀 창단 및 운영위탁 요구 직권남용죄 및 강요죄, 롯데그룹에 대한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요구 및 강요죄, 47개 문건 중 33건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모두 무죄로 확정 선고됐다”고 했다.

    한 위원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이유 중 핵심 내용은 대통령이 그 지위를 이용한 ‘구속력 있는 행위’로 기업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공익재단 설립자금 등 거액의 출연이나 계약체결을 요구하는 등으로 최서원의 사익 추구를 도왔고 이로 인해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통령의 공익실현 의무를 중대하게 위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후의 형사재판에서 대통령의 ‘구속력 있는 행위’는 강요죄로 기소됐지만 기업에 대한 협박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선고됐고 대통령이 최서원의 사익추구 사실을 알았는지는 그 후의 오랜 기간 형사재판을 통해서도 증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20년 7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징역 30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27억원과 비교해 징역형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이 강요죄 성립에 필요한 ‘협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했다며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행위자가 직무상 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해 어떤 요구를 했더라도 이를 ‘해악의 고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8개중 9개와 관련한 강요죄가 모두 무죄가 되면서 형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한 위원은 “만일 형사재판의 결과가 탄핵심판 당시 밝혀졌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며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모순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여 사실인정을 한 다음 탄핵결정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피소추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적법절차원칙 등 헌법상 인권보호원칙을 준수함은 대국민 설득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사건도 형사범죄로 되는 행위가 탄핵소추 사유인 경우이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실패한 절차상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고,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충실하게 심리하라는 내용이다.

    대통령의 인권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비롯해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위원 등이 찬성했다.

    반면 김용직·남규선·소라미·원민경 위원은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은 인권위 설립 목적인 사회적 약자 보호 취지에 반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