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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이슈플러스] 무너진 홈플러스에 MBK 책임론 확산…대규모 구조조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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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기업 회생 충격파가 확산하고 있다. 유례 없는 대형 유통사 워크아웃에 임직원들과 협력사는 물론 소비자들과 금융권까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줄곧 이자 부담에 시달린 가운데 점포 매각 등 단기적인 미봉책에만 의존한 것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유통 시장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만큼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MBK가 추진해온 효율화 작업에 가속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6월 회생 계획안 제출이 예정된 가운데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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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K체제 10년, 점포와 직원 대거 줄인 '효율화'…이자부담에 악순환 가속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후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점포와 직원을 줄인 대형마트다. 지난 2015년 9월 MBK 인수 당시 142개였던 홈플러스 점포 수는 이달 기준 126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 이마트·롯데마트 점포 수가 각각 2개, 6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직원 수도 가장 많이 줄었다.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24년(12월 기준) 홈플러스 직원 수 순감 규모는 6079명이다. 이마트는 5604명, 롯데마트는 3570명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가 폐점을 예고한 매장도 9개가 남아 있다. 자가 점포인 서울신내점·부천소사점·부산반여점·대구내당점·순천풍덕점의 경우 매각을 위해 문을 닫는다. 자가 점포 비중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6년부터 총 14개 매장이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형태로 전환한 결과다.

이는 홈플러스의 해명과도 배치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4년을 기준으로 “문을 닫은 매장 수가 가장 적고, 자연퇴사자 비율도 가장 적다”라며 해명했지만, MBK체제 10년을 분석하면 대형마트 중 가장 많은 점포와 직원을 줄이는 '효율화'를 단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효율화 작업 배경에는 과도한 이자 부담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전체 대금 7조2000억원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 받아 충당했다. 과도한 이자 부담 해소에만 힘을 쏟다 보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투자에는 소홀했고 나중에는 투자 여력마저 떨어졌다.

이같은 악순환이 홈플러스 워크아웃을 유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흐름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사이 실적을 지탱하는 알짜배기 점포 매각은 물론 홈플러스 스페셜,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등 흐름에 뒤쳐진 경영 전략 실패가 이어지며 경쟁력 약화를 부추겼다. MBK 체제 10년 간 홈플러스는 외형도 내실도 모두 잃은 셈이다.

지난 14일 긴급 간담회에서도 홈플러스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 채 회생 신청 배경에 대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홈플러스 대표직을 겸임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회생신청 이후부터는 저희가 주도적으로 (점포를) 효율화 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이후 비난이 쏟아지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게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발언하는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2025.3.14 hwayoung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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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계획' 내부 문건 공개…대량 실업 등 우려 커져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만큼 향후 효율화 작업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습적인 기업 회생 신청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영업 활동마저 위축될 위기에 놓였다. 자산·인력 효율화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봐도 개선 여지가 불투명하다. 서울회생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 24일까지 홈플러스는 매출 6조5128억원, 영업손실 2004억원을 기록했다.

간담회 직후 MBK 추정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회생 신청 이후 MBK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 매각 △소유 점포 추가 매각 △점포 면적 효율화 △적자 점포 폐점 등을 골자로 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매각 가치가 높은 점포 33개를 추렸고 16개 점포는 매각을 통한 폐점, 19개 점포는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주주사에서 내부적으로 홈플러스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본 내용이 아닌가 추정된다”며 “이는 홈플러스에서 검토한 내용이 아니며 현재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상황으로 회사 자체적으로 이런 부분을 시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 3일이다. 홈플러스 관리인은 오는 4월 초순까지 채권자·담보권자·주주목록을 회생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채권 신고 기간은 4월 중하순, 채권의 존재 여부, 금액 등을 판단하는 '시부인표' 제출 시점은 5월 초순을 구상하고 있다. 남은 2개월 여 동안 이해관계자 권리 조정, 변제 방법은 물론 구조조정, 임금 조정 등과 같은 채무자 변화 조치도 결정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고용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IMF 이후로 홈플러스 수준의 대기업이 기업 회생에 돌입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며 “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대량 실업 등이 뒤따를 수 있어 우려 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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