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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군 '시신 수송 가방' 3천 개 더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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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전직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과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비상계엄 직후 이들을 수거해 사살하려 한 계획으로 보이는데요.

공교롭게도 군은 계엄 몇 달 전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종이로 만든 관 구매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병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골판지를 접어 만든 종이관입니다.

지난해 8월 22일, 2군단 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서울의 종이관 제조 업체에 연락을 했습니다.

"군부대에서 근무 중인데 영현, 즉 시신 이동 보관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며, 제작 소요 시간은 물론 한 번에 몇 개까지 운송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예를 들어 3천 개가 필요하다"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꺼낸 뒤 종이관 "1천 개를 구매할 경우 가격이 얼마냐"고 구체적으로 문의했습니다.

구매 계획을 구체화해서 보고하겠다고 한 군무원은 그 후 연락이 오지 않았고, 해당 업체도 종이관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MBC 취재 결과 군이 시신 처리를 위해 민간 업체에서 관을 사들인 전례는 지난 5년간 없었고, 창군 이래로도 한 번도 없을 거라는 게 군 관계자 설명입니다.

연간 사망자가 1백 명이 되지 않는 군에서, 그것도 지상작전사령부 산하 2군단에서만 1천여 구에 달하는 시신 처리를 예상한 계획을 갑자기 세운 겁니다.

또 육군이 실제로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월 1천 883개였던 육군의 '영현백'은 1년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돌연 12월에 4천 940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평소 보유량의 2배 가까운 3천 114개를 갑자기 구입한 건데, MBC가 기록을 확인한 2021년 이후 육군이 이렇게 많은 '영현백'을 보유한 적은 없었습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군이 무언가 다수의 시신 발생을 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의원과 유시민 작가 등을 'A'급 수거 대상으로 분류하고 수거한 'A'급 처리 방안으로 "수집소 이송 중 사고, 가스, 폭파, 침몰, 격침"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집소 중 한 곳으로 '오음리'를 적어뒀는데 공교롭게도 강원도 화천 오음리엔 '종이관'을 문의했던 2군단 산하 702 특공연대가 있습니다.

2군단은 '종이관'을 문의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중 전시 사망자 처리에 대한 아이디어 차원으로 논의했다 실효성이 없어 중단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육군은 비축한 '영현백'에 대해 "2022년 합참 지침에 따라 중기 계획상 반영된 물량이 12월에 납품된 것"이라며 "비상계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고병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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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kic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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