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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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해운대해수욕장이 올해 개장 기간을 9월 중순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피서철'의 의미도 달라질 전망이다.

20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 14일 해운대구 해수욕장협의회는 올해 해운대해수욕장 개장일을 6월 21일로 앞당기고 폐장일은 9월 14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송정해수욕장은 같은 날 개장하고, 폐장일은 안전 인력 확보 문제 등을 이유로 기존처럼 8월 31일로 유지됐다.

지난해까지 두 해수욕장은 6월부터 한 달간 일부 구간을 임시 개장한 뒤, 7~8월 전면 개장해 왔다. 올해는 해수욕장 정식 개장일이 앞당겨지고 기간도 늘어난 만큼 임시 개장 기간은 운영하지 않는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을 연장한 주된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9월 사이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이 기록된 날은 무려 22일에 달했다. 이는 1904년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많은 폭염일수다.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선 열대야 현상이 모두 55일 나타났으며, 특히 7월 25일부터 8월 19일까지 26일간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졌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시민과 관광객. 해운대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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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름이 길어지면서 9월에도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늘었다. 이 때문에 기존 개장 기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장 기간에는 일정 구간마다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등 피서객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폐장 기간에는 수상구조대원이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것 말고는 별도의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지난해 추석인 9월 17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외국인 2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로 안전관리 필요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해운대구는 경찰과 소방 당국, 해경 등 관계 기관 자문을 바탕으로 개장 시기를 9월 중순까지 늘리고 안전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올해 9월 중순까지 늘려 운영해 본 뒤, 방문객 숫자나 기후 변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듬해 운영 기간 결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장 기간이 늘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해운대해수욕장 일대 상인들은 반색하고 있다. 해운대온천길 발전협의회 유상용 회장은 "최근 해운대 상권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해수욕장 정식 개장 기간이 늘어난 건 반가운 소식이다. 관광객이 즐길 축제나 여러 콘텐츠 등도 함께 마련해 올여름엔 모처럼 상권이 활기를 띠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선제적으로 개장 기간을 늘리면서, 아직 개장 시기를 결정하지 않은 다른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기초단체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부산지역 다른 해수욕장도 일제히 개장 기간을 늘리게 되면, 부산지역 피서철 풍경 전반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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