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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몰라도 된다. 흑과 백, 두 색의 돌 위로 쌓여가는 스승과 제자의 인생. 그 자체로 충분히 몰입감을 안긴다.
영화 ‘승부’(김형주 감독)는 대한민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 두 사람의 스승과 제자 관계를 통해 인생과 승부, 그리고 인간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결과를 알고 본다고 해서 긴장감이 덜하지 않다. 오히려 스승이 제자에게 패한다는, 모두가 아는 결말로 가는 과정이 주는 묵직한 감정의 파동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90년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바둑계를 평정하며 독보적 존재감을 떨친 조훈현(이병헌). 그리고 그의 집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먹고 자라며 바둑을 배운 제자 이창호(유아인).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의 경계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건 진검승부에 나서는 순간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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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병헌의 연기다. 바둑이란 스포츠 특성상 격렬한 감정 표현이 어렵다. 바둑판 위에서 기사는 말 한 마디 없이, 돌 하나를 두고 수십, 수백 수를 읽어야 한다. 이병헌은 이를 두고 “시작과 끝까지 무표정하고 정적인 모습으로 심리를 표현하는 게 숙제였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백미는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살던 스승과 제자가 함께 차를 타고 대국장으로 향하는 장면, 그리고 스승이 제자에게 패한 후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골목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특별한 대사가 없이도 관객은 그 순간의 공기, 침묵 속에 흐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승부의 결과가 아닌, 한 시대와 두 사람의 인생이 맞물린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다.
덕분에 스포츠 영화의 공식처럼 뻔한 갈등이나 자극적 장치 없이도 몰입감은 끝까지 유지된다. 115분이 비교적 빠르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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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바둑판 위에는 단순한 흑과 백만이 놓이는 게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인생, 승부에 대한 집념, 서로를 향한 애증, 그리고 인간이 넘어야 할 고독까지 함께 얹힌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피어나는 존경, 질투, 집착, 그리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승부사 정신을 담은, 그야말로 인생 대국이다. 스승과 제자의 눈빛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 바둑판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치열하고도 조용한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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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논란을 잠시 내려두고 본다면, 유아인은 이창호라는 인물을 묵직하게 완성해냈다. 스승 조훈현을 존경하지만, 결국 그를 넘어야 하는 제자의 숙명을 이창호 특유의 차분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속에 담아냈다. 특히 이병헌과의 대국 장면에서 보여주는 유아인의 눈빛은 배우의 힘이 느껴진다. 다만, 개봉 후 그의 연기에 온전히 몰입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면 이 역시 그가 안고 가야할 몫일 것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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