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보험사, 사업구조 개편에 '계약이전' 적극 활용해야"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험硏 '계약이전을 활용한 보험사 사업구조 개편' 보고서 발간

생보사 신계약 판매 경쟁으로 사업비 증가

"계약이전, 성장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

보험사들이 계약이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의 보험계약은 다른 보험사로 넘기고 역량을 집중할 부문의 계약은 가져오는 등 사업구조를 개편하자는 취지다.

보험연구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계약이전을 활용한 보험사 사업구조 개편' 보고서를 발간했다.

계약이전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는 과정이다. 보험사가 부실화한 경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적용하는 '강제적 계약이전'과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보험사 간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임의적 계약이전'으로 나뉜다.

챗GPT가 보험계약 이전을 묘사한 그림. 챗GPT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계약이전은 재무건전성 개선과 리스크 분산, 운영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용도가 극히 낮다. 국내 보험사의 자발적 계약이전은 2003년 단 한 건뿐이다. 당시 하나생명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전문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에 보험계약을 이전했다.

영국·독일 등 해외 보험사는 사업의 연속성 유지, 경영 효율성 제고, 재무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계약이전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2020년 영국 보험사 로스시 라이프(Rothesay Life)는 아일랜드에 보유하고 있던 약 1억4000만유로(약 2218억원)의 개인 연금보험 사업부문을 영국 법원과 아일랜드 중앙은행의 승인을 거쳐 아일랜드 보험사 라구나 라이프(Laguna Life)로 이전했다. 로스시 라이프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 외 지역의 사업권리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2019년 캐나다 라이프(Canada Life)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스코티시 프렌들리(Scottish Friendly)에 생명·연금 런오프(Run-off) 계약을 이전하기도 했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 생명보험사들도 신계약 판매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계약이전을 하나의 성장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생보사의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수지차는 2022년부터 손실로 전환된 이후 3년 연속 악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4조7000억원 손실을 기록 중이다. 수지차는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를 뺀 금액이다. 최근 신계약 확대 경쟁 심화로 사업비가 크게 늘어 수지차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계약이전을 활용하면 사업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포트폴리오 조정과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 가능하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전문회사를 위해 연금보험을 타 보험사에 이전하고 건강보험 계약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변액보험 자산 확대를 위해 타 보험사의 변액보험을 인수하거나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장기보험계약 인수 등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계약이전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과거엔 책임준비금 산출 기초가 동일한 보험계약은 모두 이전하도록 하는 포괄이전으로 규제했다. 하지만 앞으로 보험사가 비핵심 사업 정리나 자본 재배분 등에 계약이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 포트폴리오의 판매채널별 이전이 가능해진다. 계약이전의 인가에 관한 심사기준은 보험사의 경영·재무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계약이전을 할 수 있도록 심사요건도 개선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