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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文香世談] 달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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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윤일현 시인·교육평론가


알베르 카뮈에게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철학적 문제는 '인생이란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이것을 붙잡고 천착한 끝에 '부조리'를 발견했다. 부조리란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존재 이유가 없고, 아무리 용써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망하는 일을 다 해 내지도 못하고 결국은 죽는다. 죽음이라는 한계를 가진 인간이 '영원'에 대한 환상을 갖거나, 내일의 '희망'을 품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죽음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생의 부조리와 마주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삶에 회의를 느껴 자살과 학살 같은 파괴적 자폭 행위를 일삼는 것', '습관적으로 일상적인 삶을 사는 것', '운명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것' 중 하나라고 했다.

카뮈의 희곡 '칼리굴라'는 생의 부조리를 뼈저리게 느끼고는 자폭의 길을 선택한 인간의 덧없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로마의 황제였던 그는 초기에는 인기도 있고 시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사랑하는 누이동생 드루실라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겪고 나서는 자신을 신으로 숭배하길 강요했고, 폭정과 기행을 일삼으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는 동생의 죽음에서 생의 무상함과 부조리를 깨닫고 천하의 로마 황제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힘의 한계를 통감했다. 그는 생의 비애와 고통, 허무를 초월해 열반의 법열을 추구했던 붓다와는 정반대로 생의 부조리에 도전한다며 완전히 미친 사자처럼 변했다.

칼리굴라는 달을 보며 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달을 소유하려고 아무 이유 없이 충신들에게 잔인무도한 짓을 했다. 이유는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는 얼핏 보면 비정상적인 사람 같지만, 그의 말은 정신 나간 인간의 말이 아니고, 위대한 예술가의 독백처럼 들린다. "나는 갑자기 불가능에 대한 욕망을 느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다. 내 생각엔 세상만사가 아주 불만스럽다…. 정말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이른바 현실은 참을 수 없이 불만스럽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나는 달을, 행복을, 영생을, 즉 미친 소리 같을지 모르나 이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바란다." 그는 부조리를 인식하고 자살을 택하는 부정적 인간이 아니라. 그 부조리를 뛰어넘으려고 반항하는 인간처럼 보인다. 허무한 인생에 반발하며 '달을 갖고 싶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싶다'라고 절규하는 칼리굴라의 끝없는 공허와 공백감, 반발심을 보며 우리도 그와 함께 미치고 싶고, 울부짖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비인간적 횡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한 인간'이란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 즉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진 인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황제 칼리굴라의 독백을 들으며 오늘의 정치가들을 생각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 학살, 안하무인의 미치광이와 독재자, 상대를 끌어내리고 권력을 빼앗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인간 군상들, 이들은 본질적으로 허무주의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실은 러시아의 무신론적 아나키스트들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칼리굴라처럼 생의 모든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은 허용되고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들은 자기 관점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을, 삶을 부정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카뮈가 제시한 부조리를 자각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행동을 떠올리며 오늘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자기기만과 헛된 망상 속에서 자기 욕망의 실현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인 자살과 자폭, 학살을 일삼는 자', '웰빙의 수단으로 습관적, 타성적으로 정치하는 자', '부조리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반항하는 자' 중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카뮈는 고학에 가까운 학창 생활을 보내며 사회주의 사상에 젖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목적이 아무리 고귀하다 해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단적인 정치사상은 반대했다. 그는 소련의 무자비한 공산주의를 비롯한 모든 형식의 독재와 잔인하고 과격한 혁명을 반대했다. 그래서 그는 사르트르와 같은 극단적 사상가나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부르주아의 공모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카뮈는 광적인 학살과 기행을 통해 부조리에 반항하려고 한 칼리굴라는 옳은 의미의 부조리를 자각한 인간도 아니고, 진정한 의미의 반항도 아니라고 했다. 그의 행동은 일종의 자살, 즉 자폭의 모순된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부조리하다. 생의 궁극적 의미는 찾을 수 없다. 부조리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올바른 반항이란 '인간의 궁극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요구에 무관심한 우주의 침묵에 꾸준히 대결하는 것이다. 카뮈는 그 진정한 대결을 창조적인 생활에서 찾으려고 했다. 카뮈는 허무주의에 가까운 인생관에서 출발했지만, 생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려고 했다. 그는 모든 노력이 결국은 허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영원히 벌 받는 시시포스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시시포스가 형벌을 받은 아크로 코린토스에 올라 광인처럼 '달을 갖고 싶다'라고 크게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어수선하고 심란한 봄날이다.

윤일현 시인·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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